세수(世壽) 55세의 젊은 총무원장이 신도 1,000만명, 스님 1만3,000여명, 전국 3,000여개 사찰을 거느린 한국 불교의 최대 종단 조계종을 4년간 이끌게 됐다.
종단의 활력과 사회적 접면(接面)이 대폭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그래서 자연스럽다. 자승 스님은 선거 출사 일성으로 "대중공의의 리더십으로 열린 종단을 만들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종단 내부적으로는 문중과 계파를 초월한 인사 등 종권 전반을 민주화하겠다는 의지였고, 대외적으로 사회 복지와 불교의 위상 강화를 위한 다각도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는 종무행정 전산시스템의 혁신과 교구별 인사ㆍ행정권 대폭 이양 등을 통한 불교 동ㆍ정맥(動ㆍ靜脈)의 일신도 약속했다. 종단의 한 관계자는 "신임 원장 스님은 전국 주요 사찰을 돌며 현지에서 행사와 모임 등을 주관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승 스님은 '세대 통합'의 지도력을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종단 안팎에서는 전국 주요 사찰 주지의 세수가 더욱 젊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미 24개 교구 본사 주지 가운데에는 40대 후반인 고창 선운사 법만 스님과 50대 초반의 화엄사 종삼 스님, 월정사 정념 스님, 법주사 노현 스님, 신흥사 우송 스님, 은혜사 돈관 스님, 고운사 호성 스님 등이 대거 포진해 있는 상태. 이들 젊은 표심이 이번 선거의 향배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 만큼, 신임 총무원장의 향후 주지 인사과정에서도 세대교체의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승 스님의 압승은 선거전 돌입 전부터 예견됐다. 투표권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앙종회 5대 종책모임(금강회, 무량회, 무차회, 보림회, 화엄회) 소속 의원들과 전국 19개 교구본사 주지스님이 후보 출마 전에 이미 그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이처럼 사실상 범 문중ㆍ계파 연대 추대 형식으로 치러져 별 마찰이 없었으나, 이후 총무원 및 교구 인사를 통한 논공행상 과정에 적잖은 잡음이 터져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종단 관계자는 "사찰 주지 임기가 제각기 달라 인사 시기가 분산돼 있는 만큼 임기 초기에는 안정적일 수 있으나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문중ㆍ계파별로 불편한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또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사전선거운동 시비, 선거 절차 및 규정의 비민주적 요소들_비구ㆍ비구니 평등 선거권 등_도 신임 총무원장과 차기 집행부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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