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경제 위기가 한풀 꺾이면서 기업들의 인수ㆍ합병(M&A) 소식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한동안 매각을 미뤘던 기업도 시장에 나오고, 인수했던 기업을 되파는 기업도 있죠. 그런데 M&A에는 사고 파는 쪽 모두 늘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결과에 따라 종종 기업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이죠. M&A는 왜 하는지, 어떤 장ㆍ단점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A. M&A란 기업들 사이에 이뤄지는 인수(Mergers)와 합병(Acquisitions)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약자입니다. 쉽게 말해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새 주인이 되든가, 두 회사가 합해져 한 회사가 되는 것이죠. 인수란 한 기업(인수기업)이 다른 기업(피인수기업 또는 인수대상기업)을 그대로 존속시키면서 경영권을 행사하는 경우고, 합병은 두 개의 기업이 합쳐져 하나의 새로운 회사로 만들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M&A는 '적대적 M&A'와 '우호적 M&A'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우호적인 M&A는 두 기업이 서로 M&A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공유하는 형태로, 이 경우 두 기업의 합의에 의한 합병이나, 경영상 어려움에 빠진 기업을 다른 기업이 인수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반면 적대적 M&A는 피인수기업은 원하지 않는데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강제로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행태입니다.
M&A를 하는 기업들이 많은가요?
국내 M&A 시장 규모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서 발표하는 기업결합 규모를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해 볼 수 있습니다. 2008년 기준 국내 기업결합은 심사건수 기준으로 550건에 143조원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올해 상반기에는 188건에 85조원이 됐습니다. 건수로는 작년 상반기(291건)보다 크게 줄은 셈이죠. 이는 아마 M&A 시장이 수요자의 자금 여력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최근 경기 침체로 시장에서 매수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작년 상반기(73조원)보다 늘었습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국내 기업 간의 결합 금액은 감소했지만 외국 기업간 대형 M&A로 인해 전체적인 금액이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M&A는 왜 하는 거죠?
M&A를 통해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시너지 효과'라고 하는데요. 1+1이 2가 아니라 2를 넘어서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우선 동종 업종에 있는 기업들끼리 M&A를 하는 경우 외형상으로는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고, 내부적으로는 두 기업의 자재 조달 및 관리, 생산 과정, 판매망이 통합돼 효율 경영이 가능해 집니다.
또 특정한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해당 상품에 대해 경쟁력 있는 판매ㆍ유통망을 가진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를 수직계열적 M&A라고 하는데, 이 역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종종 전혀 연관이 없는 기업들이 합쳐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령, 자기 회사의 주력 제품과 관련된 새로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M&A한다면 역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M&A의 좋은 점은 뭐죠?
우호적 M&A의 경우 피인수기업은 대개 극도의 경영난에 빠진 상태에서 매물로 나옵니다. 만약 이 기업이 M&A 대신 청산된다고 가정해 봅시다. 직원들은 대거 실직하고, 청산 과정에서 기업이 가지는 유ㆍ무형의 자산에 대한 관리가 부실해져 자원 낭비가 발생할 우려가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청산 기업들의 자산은 헐값에 매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자칫 청산될 수 있는 기업을 다른 기업이 인수한다면 일정 부분 이상의 고용 승계가 가능해져 근로자들의 생활이 보장될 수 있고, 피인수기업의 유ㆍ무형 자산 가치가 적절한 평가를 받게 돼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또 인수기업은 M&A를 바탕으로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고 시장에서의 지위를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겠죠.
외국 자본의 우리 기업 M&A는 어떻게 봐야 하나요?
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왠지 기분이 좋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자본에는 국경이 없다고 하죠. 한 나라에서 기업 활동을 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자본이 유입되는 것을 외국인직접투자(FDIㆍForeign Direct Investment)라고 하는데요. FDI는 그린필드형 투자(풀어읽는 키워드 참조)와 M&A형 투자로 구분됩니다.
여기서 M&A형 투자가 외국 자본에 의한 국내 기업의 인수나 합병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외환위기 직후에 특히 많이 이뤄졌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경제 주권이 상실됐다거나 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의 기술을 빼내갈 목적으로 M&A를 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부정적인 측면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시 부도 위기에 몰렸던 국내 기업들을 외국 자본이 M&A 하지 않았다면 많은 기업이 청산 절차에 들어가고 대량 해고사태가 벌어졌을 겁니다. 이런 점에서 국수주의적인 시각보다는 경제적 논리로 실익을 가려 판단할 수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또 요즘은 국내 기업들도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일이 많아진 만큼 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색안경을 끼고 볼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M&A는 좋기만 한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M&A의 폐해도 존재합니다. 첫째, 두 기업이 합해져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모두에게 어려운 상황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1+1이 2 미만이 되는 경우인데요. 이를 흔히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주로 자기 회사의 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차입을 통해 인수하는 경우에 많이 발생합니다. 무리하게 자금을 쏟아 부은 인수기업이 자금난에 빠지기도 하고 피인수기업을 다시 매각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합니다. 최근 국내 일부 인수기업들이 바로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둘째,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합니다. 어떤 기업은 일시적으로 재무구조나 지배구조가 취약해진 기업의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의도로 M&A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적대적 M&A는 시너지 효과보다는 단순히 사업 확장이나 그룹의 외형을 키우려는 의도에서 비롯됩니다. 적대적 M&A의 경우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은 각자 공격과 방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습니다. 귀중한 자원이 생산적인 부분에 쓰이지 못하고 단지 경영권을 공격하고 방어하는 데에 사용되는 것은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 낭비입니다.
기업은 투자와 생산 활동을 통한 부가가치와 고용의 창출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합니다. M&A는 그러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풀어읽는 키워드
그린필드(Greenfield)형 투자란?
해외 자본이 국내에 사업 시설(생산 시설, 영업망 등)을 만들어 직접 경영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M&A형 투자는 지분을 취득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으로 국내 기업의 소유주만 바뀔 뿐이죠. 따라서 같은 해외자본 투자라도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M&A형 투자보다 그린필드형 투자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기간산업실장
■ 대우건설 인수한 금호, 까르푸 인수한 이랜드 '승자의 저주' 후유증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의 호황기에 공격적인 M&A로 급성장했던 몇몇 국내 대기업들이 지난해 말부터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M&A 경쟁에서 이긴) 승자'에게 오히려 '저주'가 내린 것이라고 해서 '승자의 저주'라 일컫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3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들였습니다. 특히 투자자의 구미를 당기기 위해 2006년 말 무리한 조건을 내 건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투자 후 3년이 지난 시기(2009년 12월)에 대우건설의 주가가 약정 가격(3만4,000원ㆍ2006년 당시)보다 낮을 경우 투자자들이 원하면 3만4,000원에 주식을 되사주기로 한 것이죠.
이를 풋옵션 계약이라고 합니다. 금융위기 여파로 대우건설의 주가가 이 보다 현저히 낮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올해 12월 이후 4조원이 넘는 빚을 갚아야 할 처지에 몰렸습니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다시 매물로 시장에 내놓고 현재 매각을 진행 중입니다. 한 때 대우건설 인수 전에서 승리한 승자로 환호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고통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2006년 4월 홈에버(옛 까르푸)를 인수했던 이랜드그룹도 홍역을 치렀습니다. 2006년 유동성 비율 142%, 부채비율 315.69%를 기록했던 이랜드그룹은 1년 만에 부채비율이 482.88%까지 급등했습니다. 인수를 위해 빌린 돈 때문이었죠. 여기에 영업실적마저 적자로 돌아서자 결국 그룹의 생존을 위해 지난해 홈에버를 삼성테스코에 매각하고 말았습니다.
수년간 잇따라 대형 M&A를 성공시키며 'M&A의 귀재'로 불리던 두산그룹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2007년 7월 미국 건설중장비 회사 밥캣을 인수한 이후 지속적으로 "유동성이 어렵다"는 소문에 시달렸습니다. 아무리 "괜찮다"고 해명해도 시장의 의심이 가시지 않자 결국 두산그룹은 올해 계열사 4곳의 지분을 매각하는 형식의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이밖에 자신보다 덩치가 더 큰 하이마트를 인수해 시장의 화제가 됐던 유진그룹, 그룹 자산의 절반을 M&A를 통해 늘렸던 대한전선 그룹, 세계 2위의 크루즈선 제조업체 아커야즈를 인수한 STX그룹 등도 올해 상반기 내내 M&A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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