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으로 담가 파는 김치와 가족을 위해 정성껏 담그는 김치가 어떻게 맛이 같을 수가 있겠어요. 김치는 한 포기를 담그더라도 철학이 깃들어 있어야 제 맛이 납니다."
23~2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경희궁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김치사랑축제 2009'를 준비 중인 이하연(50ㆍ사진) 한국김치협회장은 이번에 '철학이 깃든' 김치 192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계절별 지역별 김치는 물론, 미나리 민들레 깻잎 파프리카 샐러리 같은 이색 재료로 만든 김치까지 총출동한다.
이 회장은 "김치를 사먹다 보니 갈수록 값싼 김치를 찾게 되고, 결국 김치의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며 "땅에 떨어진 김치 문화의 수준을 회복시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치 문화의 회복을 위해 교육이 가장 시급하다는 게 이 회장의 견해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김치를 집에서 담그기는커녕 김치의 종류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유가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학교에서 가정 시간에 실기 교육이라도 해서 김치 담그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음식을 위해 냉장고가 만들어진 건 세계적으로 와인과 김치밖에 없어요. 그만큼 김치가 대단한 음식이라는 방증입니다."
와인은 이미 세계인의 식탁에 널리 퍼져 있다. 이 회장은 김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나라마다 식습관이 다르니 그에 맞는 김치를 개발하면 돼요. 빵이 주식인 나라에는 물김치, 맵거나 강한 맛을 싫어하는 나라에는 백김치를 보급하는 식이죠. 예를 들어 스테이크는 무김치랑 먹으면 좋아요. 무에 단백질을 소화시키는 효소가 들어 있거든요. 설렁탕에 깍두기가 잘 어울리는 것도 같은 이유죠."
이 회장은 현재 경기 남양주시에 사비를 들여 김치문화관을 짓고 있다. 그는"2011년께 완공되면 방문객들이 김치를 직접 담그면서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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