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청사 신축이 계속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7만4,000여㎡ 부지에 3,222억원을 들여 청사를 신축한다는 것인데,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국판 베르사이유 궁전'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건물이다. 당시 문제의 심각성이 지적돼 행정안전부가 '과대 청사를 건립하는 지자체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의 입법예고까지 했으나 유야무야됐다. 자치단체 조례로 정해진 청사 건설 기준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성남시청 건설비용 3,222억원은 아무리 보아도 과잉ㆍ호화로 보인다. 서울시민이 부담해야 할 시청 신축비용이 2,281억원인데 성남시민에게 3,222억원을 부담시킨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 성남시만의 얘기도 아니다. 2000년 이후 신축됐거나 건설 중인 지자체 청사 가운데 성남시 청사가 건설비 1위로 꼽히고, 2위 용인시청(1,794억원), 3위 전북도청(1,694억원), 7위 원주시청(999억원), 10위 서울 관악구청(882억원)으로 드러났다. 이들 지자체가 스스로 공개한 재정자립도는 결코 그만한 청사를 지을 형편이 되지 못한다.
이 달 말 준공 예정인 성남시 청사의 경우 상주 공무원이 700명을 조금 넘는다고 하니, 1인 당 대형 아파트 4채 규모인 465㎡(140평)에 해당한다. 비용의 대부분을 감당해야 할 시민의 입장에서 "그만한 세금이면 번듯한 주민건강센터 32개를 지을 수 있고, 영세 시민을 위한 아파트 3,000호 이상을 무료로 장만해 줄 수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것을 수긍할 수 있다. 2년 여 공사기간 내내 주민들에게 건설현장을 숨겨온 이유도 이해할 만하다.
지자체의 입장에선 모든 시설이 근무하는 공무원만을 위한 게 아니라 시민들의 문화ㆍ휴식 공간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공간을 공유할 주민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풀뿌리 민주주의인 주민자치의 요체는 세금을 내는 주민들과 세금을 쓰는 지자체 공무원들 사이의 합의가 전제된다는 점이다. 청사가 궁전처럼 여겨지고, 주민센터가 일부 인사들의 휴게소로 변질된다면 왜 주민 모두가 세금을 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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