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볕이 쨍 하게 든 시골 마당에 풀물 꽃물이 화려하게 들었다. 단풍 계곡을 내달려 제법 차가워진 가을바람이 한들한들 오색 물결을 흔든다. 이맘때 하늘을 꼭 닮은 쪽 풀잎 색, 꼭두서니 뿌리의 붉은 빛, 옻으로 들인 노란 옻 물, 홍화로 더 알려진 잇꽃의 연분홍 등... 곱게 물든 모시며 삼베, 무명과 명주도 가을 하늘 아래 춤을 춘다.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마당 끝 텃밭까지 넘실대는 천연색(天然色)의 향연에 절로 입이 벌어졌다. 연분홍 모시 위에 내려앉은 잠자리는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도 날아갈 줄 모른다. 날개에 꽃물이라도 들일 작정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왠지 익숙한 색깔들, 풍경들... 손톱 밑 검은 물을 훈장처럼 들인 가을 색의 달인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달인은"자연에서 얻은 색은 아무리 화려해도 눈에 거슬림이 없답니다.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이니까요"라며 웃었다.
-강원 원주시 소초면 학곡리 한국천연염색학교에서
박서강 기자 pindropp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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