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현지에서 교민들을 상대로 300억원대 사기를 벌인 한인 투자회사 대표가 국내에서 붙잡혔다.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2일 캐나다 교민들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33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캐나다 시민권자 김모(39)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2002년부터 캐나다 밴쿠버에서 투자회사를 운영하던 김씨는 지난 2월 피해자 김모씨에게 "미국 채권 등에 투자하면 매달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속여 29억7,000만원을 받는 등 교민 200여명으로부터 33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금융 위기로 자금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급기야 지난 5월부터는 원금도 돌려주지 못할 상황에 처했음에도 투자 유치를 강행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치과의사, 자영업자 등 주로 고소득층에 접근, '캐나다 정부가 투자금을 보호해준다'는 내용의 위조 공문서를 제시해 자기 명의의 계좌로 투자금을 송금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원금 상환 요청이 쇄도하자 이달 초 원리금 전액을 돌려주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투자자들에게 보낸 뒤 회사 문을 닫고 이달 4일 한국으로 도주했다.
김씨는 330억원 중 116억원을 국내 은행 계좌로 받았지만 현재 잔고는 8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실제 투자가 진행 중이지만 고객 보호를 위해 투자처는 밝힐 수 없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가 투자금 일부를 차명계좌를 통해 빼돌린 사실을 파악하고 전면적인 계좌추적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밝혀진 피해액 330억원은 캐나다 영사관에서 영주권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이며, 시민권자 피해자까지 합하면 김씨가 빼돌린 돈은 700억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