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거울은 유럽에서 곧 영화로 만들어질 연극 '스페인 연극'을 공연한다. 육순의 노인은 새 연인이 생겼고, 자식들은 제 일에 빠져 앞만 보고 달린다. 그들이 아버지의 연인과 상견례를 치르기까지의 소동을 그린 2004년작 프랑스 연극이다.
기본적으로 가족 코미디 형식인 이 연극의 전개는 최근 한국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시츄에이션 코미디'와 유사하다. 뿔뿔이 흩어져 해체 직전에 놓인 가족을 그린 이 연극은 그러나 결말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관객들에게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TV드라마와 궤를 달리 한다.
연극은 위기에 처한 가족제도의 현재를 유머러스하게 그린다. 액자 구조 형식이 독특하다. 가족 개개인을 묘사하면서 현실, 극중극, 다시 그 극의 극중극이라는 삼중 구조를 취해 관극하는 사람들에게 추리의 재미까지 선사한다.
연극 '아트'의 작가로 이미 국내에서도 성가가 높은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는 이 작품이 성공을 거두면서 '예술성으로 성공한 대중 작가'라는 평을 굳혔다. 이 작품은 내년 3월 프랑스에서 레자의 감독으로 영화화된다.
시적인 독백, 현실과 의식세계를 넘나드는 대사 등의 극적 장치는 현대 연극의 흐름을 포착할 수 있게 한다. 그 속에 드러나는 오해와 소통 부재의 모습은 현대인이 겪고 있는 상황을 은유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 이 연극에서 잠시 언급되는 '태권도'는 원작에서 '합기도'로 나온 것을 극단측에서 바꾼 것이다.
백은아 연출. 정재진, 원미연, 이상구 등 출연. 28일~11월 22일 대학로극장. 화~금 오후 8시, 토 3시 7시, 일 3시. (02)764-7461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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