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재외한국청년미술제_UㆍSㆍB'가 11월 5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자체 기획이 드문 예술의전당이 오랜만에 마련한 전시로, 독일 영국 프랑스 스웨덴 미국 아르헨티나 일본 중국에 거주하는 20~30대 작가 24명을 한 자리에 초청했다. 김미진 예술의전당 전시감독은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얼굴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각국 현지 문화와 접목된 한국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살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 제목은 '도시 유목' '홀로서기' '형태의 생성'이라는 소주제의 영어 첫 글자를 따서 만든 것으로, 거기에 이동식 저장장치 USB처럼 세계를 넘나드는 작가들이라는 의미를 함께 담았다.
세계화로 인해 요즘 젊은 작가들은 각기 다른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작업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체성의 문제는 더욱 또렷해진다.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비디오 퍼포먼스 작가 황은옥씨는 "해외로 이주한 후 국적과 정체성의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게 됐고, 그것이 자연스레 작품 속으로 수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에 출품한 '몸싸기 프로젝트'는 도시의 거리에서 펼치는 즉흥 퍼포먼스를 통해 한 사회의 문화적 특징을 살피는 작업이다.
독일에 거주하는 이원호씨는 할머니들의 고된 삶이 담긴 꽃무늬 '몸빼' 바지로 나무를 만들었고, 재일교포 3세 오아사씨는 어린 여자아이와 토끼를 등장시킨 작품으로 사회 속 자아의 모습을 탐구한다. 생후 4개월 만에 한국을 떠나 미국 영국 프랑스를 거쳐 스웨덴에 정착한 김지은씨는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태어나 미국으로 망명한 디아스포라 피아니스트의 불행한 삶을 공감각적으로 담아냈다.
영국의 길초실씨는 런던의 오래된 건물에서 채집한 벽돌 1,000개를 한국으로 들고 와 전시장 밖 광장에서 조각작품으로 바꾸어 놓는다.
11월 6일에는 해외의 한국미술을 주제로 한 학술 심포지엄이 열리고, 주말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도 진행된다. 12월 6일까지, 관람료 2,000원. (02)580-1605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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