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지음ㆍ심봉희 옮김 대교출판 발행ㆍ140쪽ㆍ9,800원묘비가 되고… 펜던트도 되었다가… 결국 모래가 된 파란 돌
첫 장은 뾰족한 잎과 둥근 잎이 골고루 어우러진 울창한 초록 숲. 다음 장도 숲이다.
숲에 작은 불이 나고 곧 화염에 휩싸인 벌건 숲이 이어진다. 검게 그을린 숲은 2장에 걸쳐 흉물스레 묘사된다. 비가 재를 말끔히 씻어내자, 7장째에 드디어 주인공 '파란 돌'이 등장한다.
그림책이 무려 140쪽에 달한다. 애니메이션의 장면 장면을 이어 붙인 듯 생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림은 느리고 꼼꼼하게 재생된다. 글은 굳이 읽지 않아도 괜찮다. 글을 비운 자리엔 수많은 질문과 생각이 들어찬다.
파란 돌이 있다.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반으로 쪼개진 돌 중 하나는 코끼리가 된다. 다시 그는 이유도 없이 새가 되고, 물고기가 되고, 달이 된다. 돌은 매번 모양이 바뀌면서도 고향을 그리는 마음만은 한결같이 간직한다.
왜 파란 돌은 묘비가 되고, 저글링 공이 되고, 목걸이의 하트 모양 펜던트가 됐을까. 무거운 돌은 어떻게 고향에서 점점 멀어졌을까. 모래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파란 돌은 행복했을까. 머리가 굳어버린 어른이 이쯤 생각한다면 아이가 상상할 수 있는 폭은 훨씬 넓다.
파란 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귀향의 희망을 품었다는 것 외엔 어떤 의인화도 없었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면 파란 돌은 친구이자, 나 자신이 된다. 어두운 색감이 역설적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부각시키는 철학 그림책이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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