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KIA 감독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 앞서 선수단 미팅을 갖고 선취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두 팀 선발이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로페즈(KIA)와 카도쿠라(SK)인 만큼 선취점은 경기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포인트였다. 조 감독의 예상대로 로페즈가 9이닝 무실점 완봉승, 카도쿠라도 5와3분의1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딱 두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은 KIA가 마지막에 웃었다.
번트에 웃은 KIA, 번트에 운 SK
타격 부진으로 4차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던 KIA 이용규는 2번 타자로 복귀했다. 0-0으로 맞선 3회 1사 1ㆍ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용규는 볼카운트 1-1에서 벼락 같은 스퀴즈 번트를 감행했다. 작전을 간파한 SK 배터리는 피치 아웃을 시도했지만 이용규는 바깥쪽 머리 위로 빠지는 공을 반사적으로 방망이에 갖다 댔고, 타구는 절묘하게 3루 파울 라인 안쪽을 타고 흘렀다. 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일본과의 결승에서 김재박(전 LG 감독)의 '개구리 번트'가 그대로 재현됐다.
SK는 번트 실패 하나가 뼈아팠다. 0-0으로 맞선 3회 무사 1루에서 9번 조동화는 파울 두 개로 희생번트에 실패한 뒤 강공을 택했지만 범타로 물러나며 선취점의 기회를 놓쳤다.
'신의 손' 이종범
최희섭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아 2-0으로 앞선 KIA의 6회 공격. 1사 1ㆍ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6번 이종범은 SK의 세 번째 투수 윤길현을 마주했다. 볼카운트 2-2에서 이종범은 무려 파울 6개를 걷어내며 윤길현을 괴롭혔다. 윤길현은 교체되자마자 힘이 빠졌고, 이종범은 11구째를 받아 쳐 2루수 앞 땅볼을 쳤다.
그러나 병살 플레이로 연결하려던 SK 유격수 나주환의 실책이 나오고 말았다. 이종범은 1차전에서 체크 스윙을 두고 스스로 "신의 손이 작용했던 것 같다"는 묘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이날도 1루 주자 김상현의 슬라이딩이 수비 방해 논란의 여지가 있었으나 또 한번 이종범의 손 끝에서 승운이 갈리는 순간이었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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