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전쟁 중 일본에 강제 징용된 중국인을 고용했던 일본 니시마쓰(西松)건설이 강제연행을 사죄하고 피해자 보상 기금 창설에 합의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23일 보도했다. 니시마쓰는 이미 배상 면책 판결을 받았지만 강제징용 일본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인정했다.
니시마쓰는 강제연행된 중국인 노동자 및 가족 등 8명과 함께 이날 도쿄간이재판소에 제출해 성립된 화해신청서에서 역사적 책임을 인식해 '깊은 사죄의 뜻'을 표명하고 피해 보상과 실종자 조사, 기념비 건립 등을 위해 기금 2억5,000만엔을 신탁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금은 1944년 히로시마(廣島) 발전소 건설현장에 연행된 중국인 노동자 360명을 위해 활용된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2007년 중국인 강제징용자 5명이 니시마쓰를 상대로 낸 1인당 550만엔 배상 청구 소송에서 "중일 공동성명으로 배상을 인정할 수 없게 됐다"며 기각했다. 하지만 강제연행 사실은 인정, "피해자 구제를 위한 노력을 기대한다"고 기업의 자발적 해결을 요청했다.
니시마쓰는 판결 이후 "더 이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자세였지만 최근 불법 정치자금 논란 등으로 구설에 오르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니가타(新潟) 강제징용자 약 180명과도 화해를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1943~45년 중국인 4만명을 일본에 연행해 전국 35개 기업 135개 탄광, 항만시설 등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 노동시켜 6,83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화해가 성립한 것은 가지마(鹿島)건설 등 몇 개 회사밖에 없다. 일제강점기 한국인 강제징용자는 1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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