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서울 명동 거리에서 N화장품업체가 진행하는 무료피부상담을 받은 A씨는 업체 직원 김모(22)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300만원어치 화장품을 사면 무료로 피부관리를 수 차례 받을 수 있는데, 30만원어치만 구입해도 서비스를 받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화장품 대금 결제는 300만원으로 하되 14일 이내에 나머지 화장품을 반품해서 돈을 돌려받으면 된다는 것이었다."나는 실적을 올리고 고객님은 무료로 피부관리를 받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법"이라는 김씨의 유혹에 A씨는 넘어가고 말았다.
며칠 뒤 A씨가 화장품을 반품했지만 김씨는 "당장 현금이 없어 돈은 차후에 주겠다"며 차일피일 미루다 아예 연락을 끊었다. A씨가 업체 본사에 직접 항의해도 "판매 직원에게 직접 환불을 받아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애초 약속 받았던 피부관리도 받지 못한 A씨에겐 30만원어치의 화장품만 손에 남게 된 것이다.
무료 피부관리서비스 등을 미끼로 한 길거리 화장품 판매 사기가 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9월까지 일반 화장품 판매 관련 피해신고가 2,488건이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1,961건)보다 20% 늘었다.
23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구속된 김씨의 경우 A씨 외에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모두 100여명에게 같은 수법으로 화장품을 판매해 2억2,0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주로 면접, 이성친구 등으로 외모에 관심이 높은 20대 초ㆍ중반 여성들을 상대로 '무료 피부관리'를 당근으로 제시한 뒤 "환불 받으면 된다"고 속여 고액의 화장품을 판매했다. 김씨는 또 고객들이 반품한 화장품을 다시 판매해 1억4,000만원 상당의 수익을 추가로 챙겼다.
한번에 10만원 정도 하는 피부관리 경품을 미리 제공해 고객을 유혹한 뒤 고가의 화장품을 강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거리에서 무료로 화장품 견본품을 받은 뒤 개인정보를 적어준 이모(25)씨도 '무료 피부관리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씨는 들뜬 마음으로 피부관리실을 찾았다가 결국 200만원 상당의 화장품을 사고 말았다. 이씨는 "피부관리 뒤 거의 2시간에 걸쳐 제품소개를 하고 '한번 사용한 후 싫으면 환불해준다'고 해서 덜컥 카드로 결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가 이튿날 환불을 요구하자 피부관리실측은 "담당자가 없으니까 환불 대신 피부관리 쿠폰을 주겠다"며 딴소리만 늘어놓았다. 이씨는 "불법 시술을 하는 곳도 아니고 국내 유명브랜드 화장품업체가 운영하는 피부관리실이어서 의심을 안 했는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본부 관계자는 "화장품 1세트에 낱개 화장품 10개가 들어있는데 하나라도 개봉할 경우에는 반품할 수 없고, 구매계약서를 꼭 작성해야 14일 이내 반품시 환불을 보장 받을 수 있다"며 "길거리 무료 이벤트의 경우 사기 성향이 짙은 상술이 적지 않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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