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뉴스 등 보수언론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미국 백악관이 이번엔 기업 권익단체인 상공회의소와 갈등을 겪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0일 상공회의소가 오바마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중인 건강보험개혁ㆍ온실가스 감축 문제 등에서 이견을 보이자, 백악관이 상공회의소에게 전통적으로 주어졌던 '기업 대표성'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상공회의소가 추구하는 '작은 정부' '낮은 세금' '규제 완화' 등의 가치가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자주 충돌하자 백악관이 상공회의소를 배척하려 한다"는 상공회의소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백악관이 상공회의소를 경제계에서 따돌리려는 의도는 여러 차례 감지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상공회의소를 통해 기업들과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과거의 방식 대신 백악관 만찬장에서 소그룹 모임을 열면서 직접 기업경영자들과 접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발레리 재럿 백악관 수석보좌관과 람 이매뉴얼 비서실장이 이례적으로 기업인과의 만남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재럿 수석보좌관은 "상공회의소가 예전처럼 기업계를 정말 대표하고 있느냐"며 상공회의소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는다.
신문은 "올 여름부터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 재럿과 이매뉴얼 등은 IBM과 월마트, 타임워너, 아마존닷컴, 코카콜라 등 주요기업의 경영진 및 중역들과 직접 만남을 가지면서 이제까지 유지되던 워싱턴 정가의 게임 법칙을 바꾸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움직임에 상공회의소는 막강한 홍보조직을 동원해 수백만 달러를 투입하며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상공회의소의 브루스 조스턴 수석 로비스트는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보좌관들을 만날 기회를 잡는 것은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 어렵다"며 "대통령이 미리 준비된 원고를 읽은 것을 듣기 위해 150명이나 되는 기업인들이 참석하는 자리가 기업의 고충을 듣는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공회의소가 미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입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이에 대한 항의로 이달 초 애플을 비롯한 미국 대표기업들이 줄지어 탈퇴하는 등 미 기업인 사이에서도 상공회의소에 대한 반감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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