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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한 처벌했던 검찰, 효성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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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한 처벌했던 검찰, 효성은 몰랐다?

입력
2009.10.2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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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은 분식회계를 통해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킨 뒤 거액의 배당을 했다는 점에서 과거 새한그룹 사건과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새한은 오너였던 이재관 전 대표이사 부회장 등 7명이 무더기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반면, 효성은 아직 수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효성이 불법적인 배당을 했다는 사실, 검찰이 다른 기업의 유사 사례들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처벌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검찰의 '효성 봐주기'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물론 따져봐야 할 대목들은 있지만 검찰이 '오해'를 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먼저 확인할 부분은 2006년 참여정부 당시 정부가 분식회계 고백 기업에 대해 선처를 약속한 사실이다. 그러나 김성호 전 법무부장관은 당시 "분식회계를 통한 개인 횡령 등의 경우까지 봐줄 수는 없다"고 명백하게 밝혔다. 효성은 당시 증권거래소의 분식회계 조회공시 요청이 있은 뒤에야 사실을 시인하는 답변 공시를 띄웠다.

회사에 손실을 끼친 배임 혐의가 인정될 경우, 총수 일가가 거액의 부당 배당금을 챙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안을 선처 대상으로 보긴 힘들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경제 수사에 밝은 한 검찰 관계자는 "조회공시에 답변하는 형식의 고백은 법률상 면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소시효도 논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적자로 전환된 2001회계연도의 액면가 기준 배당액 67억원만 문제 삼더라도 공소시효는 10년으로 늘어나게 돼 아직 처벌 가능성은 남아 있다. 특히 2001년 12월28일의 종가 1만3,950원을 적용해 시가로 당시 주식 배당액을 계산하면 배당총액은 153억원으로 늘어난다. 효성이 손실분을 숨겼다가 2006년 초 과거 회계장부를 편의적으로 수정해 반영한 만큼 4년간의 배당금 전액을 배임액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 경우 시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새한의 경우 부당한 배당 행위에 대해 공소시효 7년인 상법 위반죄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효성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시효가 이미 완성됐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검찰은 더 큰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시효가 7년일 경우 만료 시점은 2008년 말이 되는데, 효성에 대한 수사는 이미 2008년 4월에 본격화했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아 처벌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J상호저축은행과 M사 등 부당 배당을 횡령ㆍ배임 혐의로 의율한 다른 사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처 법리를 몰랐다"는 변명도 통하기 어렵다.

법원의 분석도 다르지 않다. 본보가 3명의 고등법원 판사들에게 문의한 결과, 모두 "분식회계를 통해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킨 뒤 배당을 했다면 배임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록 민사소송이었지만, 법원은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의 같은 행위에 대해 회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경제적 곤란함을 겪고 있는 회사의 어려움을 배가시킨 것이며 기업에 손해를 끼친 행위"라며 회사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분식회계 시인 이후에도 효성 총수 일가가 배당수익을 반환했다는 흔적은 찾을 수 없다. 만일 반환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도덕적 비난은 물론, 효성이 총수 일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진석기자

이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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