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은 '세계 골다공증의 날'이었다. 골다공증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데다 아프지도 않아 골절이 생기기 전까지는 알아채기 힘들다. 하지만 골다공증은 방치했다가는 자칫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다. 골다공증을 앓는 사람의 90%는 폐경기 여성이다.
50대 여성도 30%나 걸리고 60대 이상 여성은 절반이 환자다. 남편이 노후에 부인 수발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챙겨야 할 질환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1억4,000만명이 앓고 있으며, 한국에는 200만명의 환자가 있다. '소리 없는 뼈 도둑'인 골다공증에 대해 알아보자.
뼈 관리는 사춘기부터 시작해야
골다공증은 뼈의 강도(세기)가 약해지고 뼈를 구성하는 미세구조의 성질에 따라 뼈의 질까지 나빠져 심한 기침을 하거나 물건을 들어올리는 간단한 일상의 움직임만으로도 쉽게 뼈가 부러지는 질환이다. 음식으로 적절한 무기질을 얻지 못하고, 신체 활동 제한이나 운동 부족으로 새로운 뼈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아 생긴다. 뼈 소실이 일어나도 골절이 되기 전까지는 특별히 통증을 느끼지 못하므로 많은 여성은 골다공증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골절된 뒤에야 알게 된다.
나이가 들면 뼈 형성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므로 서서히 뼈 소실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유독 남성보다 여성이 골다공증에 많이 걸리는 것은 여성이 남성보다 골밀도가 10~25% 낮아 대퇴골절의 위험이 3배, 척추골절의 위험은 8배나 높기 때문이다.
특히 폐경기 이후 여성의 발병률이 높다. 그 이유는 장에서 칼슘 흡수율을 높이고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에스트로겐이란 호르몬이 폐경기에 감소하기 때문이다. 비타민D 부족도 골다공증 발생을 높이는 요인이다. 뼈가 형성되려면 햇빛(자외선)을 받아 체내에서 활성형 비타민D를 만들어야 하는데 노인들은 바깥 출입이 여의치 않다 보니 비타민D가 결핍될 수밖에 없다.
나이로 인한 뼈 소실은 40세 이후부터 매년 1% 정도이고, 폐경 후 첫 5년 간은 매년 3~5% 정도다. 따라서 폐경 후 첫 5년이 골다공증 예방에 중요한 고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골다공증이 중년 이후 여성의 전유물은 아니다. 박기현(골다공증학회 명예회장)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골다공증의 주 원인이 폐경과 노령으로 인한 골 소실인 것은 사실이나 사춘기 때 뼈 형성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전체 인구의 60%가 사춘기 때 골밀도가 늘어나는데 이 시기에 선천성 난소기능상실이나 터너증후군 등으로 여성 호르몬이 부족하거나 다이어트로 심한 체중 소실이 생기면 뼈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한다. 또 과다한 흡연과 음주, 커피 섭취, 편식(칼슘 섭취 빈약), 생리불순 등을 겪으면 뼈가 없어진다. 순수 동물성 고단백질 위주 식단도 칼슘 배설을 늘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춘기 때 뼈를 잘 만들어야 20~40대 초까지 상태를 잘 유지할 수 있으므로 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이 시기부터 뼈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어떤 질환이든 마찬가지지만 골다공증도 조기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그리 심각한 질환이 아니다. 골다공증을 조기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척추 골절 위험도가 50% 가량 줄어든다. 척추 골절이 발생하면 키가 줄어들고, 허리가 앞으로 굽으며, 심폐기능이나 위장관 기능이 떨어진다. 최성희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대퇴골 골절이 생기면 골절 발생 1년 내 사망률이 20%로 매우 높고, 사망하지 않더라도 정상 생활이 힘들다"고 말했다.
폐경 후 칼슘과 비타민D 섭취에 각별히 신경 써야
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면서 적당히 운동하고, 과다한 알코올 섭취와 흡연을 피하며, 스테로이드 등 특정 약물을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또 평상시에 칼슘 함유량이 높은 우유와 멸치, 치즈, 등 푸른 생선, 미역, 시금치, 콩 등을 많이 먹어야 한다. 우유를 매우 많이 마시면 골절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지만 음식을 통한 칼슘 섭취가 부족한 한국에서는 하루 한두 잔씩 마시는 것이 좋다.
이밖에 햇빛을 자주 쪼여 활성형 비타민D의 생성을 돕고, 산책 등 관절에 어느 정도 중량이 부과되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수영과 자전거 타기는 골밀도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기현 교수 "자전거는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당연히 부력을 받는 수영도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식이요법으로 칼슘과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보충제를 사용할 수 있다. 폐경 후 여성은 하루 800㎎ 칼슘을 섭취해야 하는데 한국의 폐경 후 여성은 음식으로 하루 평균 500㎎을 섭취하고 있어 300㎎의 칼슘을 추가로 먹어야 한다. 또 칼슘을 장에서 효과적으로 흡수하려면 하루 800단위의 비타민D 련諛?필요하다. 햇빛을 쬐면 피부에서 비타민D가 생산되므로 꾸준히 야외 활동을 하고, 필요하면 비타민D 보충제를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양의 비타민D 보충제를 섭취했다가는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므로 의사 지시에 따라 정량만 먹는다.
골다공증과 당뇨병이 함께 있으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자체가 골절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비만으로 인한 2형 당뇨병은 심각한 근결핍증이 동반되므로 뼈뿐 아니라 근력 강화에 신경을 쓰고, 아미노산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
여성 호르몬제와 골다공증 치료제 병행하면 좋아
약물치료는 폐경기 여성에서 많이 사용되는 여성 호르몬 제제와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 부갑상선호르몬 등을 쓴다. 폐경 여성을 대상으로 여성 호르몬만으로도 골다공 골절을 줄일 수 있는지 실험한 결과, 24% 정도 감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다른 골다공증 약제의 약효와 비슷한 수치다.
또 몇몇 연구에서 골다공증 약제(특히 비스포스포네이트 계통)와 여성 호르몬을 병행하면 치료에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민용기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이 경우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는 데다가 최근에 이런 식으로 장기 복용하면 오히려 골절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별로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골다공증 치료제는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다. 이 계통의 약은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 기능을 떨어뜨리고 수를 줄여 뼈 파괴를 막아 준다. 알렌드로네이트 리세드로네이트 이반드로네이트 졸레드로네이트 등이 있다. 부갑상선호르몬은 골모세포(뼈 모세포)를 활성화해 새로운 뼈를 만든다. 다른 골다공증 치료제와 달리 실제로 뼈조직 늘리는 약이지만 비싼 데다가 주사로 투여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폐경이 지난 지 오래된 60대 이후의 골다공증 골절은 비스포스포네이트 등 호르몬제 이외의 골다공증 약제를 써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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