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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요즘 드라마 초반부터 과속, 뒷심은 남겨놓고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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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요즘 드라마 초반부터 과속, 뒷심은 남겨놓고 하는지…

입력
2009.10.2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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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영을 시작한 SBS 월화 드라마 '천사의 유혹'은 아내에게 배신당한 남편의 복수극이다. KBS2 수목 드라마 '아이리스'는 국가 비밀 정보원들의 활약을 그린다. SBS 수목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는 여자 미녀가 쌍둥이 오빠를 대신해 남자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돼 벌이는 로맨스드라마다.

겉으로 보기에 전혀 다른 세 작품은 스피드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천사의 유혹'은 시작부터 아란(이소연)이 부모의 복수를 위해 현우(한상진)와 결혼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1회 마지막에 현우(한상진)가 아내 아란(이소연)의 불륜 사실을 안다. '미남이시네요'는 1회 초반에 미녀(박신혜)가 그룹에 들어가는 과정이 마무리되고, '아이리스'는 1회에 만난 현준(이병헌)과 승희(김태희)가 2회에 키스를 한다.

이런 빠른 전개 뒤에는 여러 볼거리가 등장한다. '천사의 유혹'은 '막장 드라마'로 유명한 김순옥 작가의 작품답게 아란이 신혼여행지에서 불륜을 저지르는 등 자극적인 장면들이 쏟아지고, '미남이시네요'는 미녀가 아이돌 그룹 멤버들과 벌이는 갖은 해프닝을 보여준다. 방영 전부터 대작 드라마로 홍보된 '아이리스'는 시작부터 북한 공작원들과 싸우는 현준의 활약상을 비롯, 각종 추격전과 테러 저지 등 다양한 상황의 액션이 이어진다.

물론 이런 빠른 전개는 설정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이리스'는 현준과 승희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허술하다는 지적에도 첫 회부터 2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자도 알고 있는 설정을 구구절절 설명하느니 이병헌과 김태희의 키스나 액션 같은 볼거리를 빨리 보여주는 게 흥행에 도움이 되는 셈이다. 한국 드라마가 상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초반부터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중요했다면, 요즘은 갈수록 초반부터 빠른 전개와 볼거리가 중요해진다. 그러나 이런 속도전이 세 작품에 장기적으로 득이 될지는 미지수다. '미남이시네요'는 미녀가 그룹 멤버들과 벌이는 사랑 이야기가 본 내용이기에 스토리를 진행시킬 여지가 많다. 하지만 '천사의 유혹'에서 주인공의 복수심과 '아이리스'에서 남녀 주인공의 사랑은 드라마의 핵심이다.

이 설정에 진정성을 부여하지 못한 두 작품이 후반에 시청자에게 어떻게 스토리를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순옥 작가는 '아내의 유혹'에서 이미 초반의 빠른 전개와 달리 후반에는 보여줄 에피소드 부족으로 전개가 늘어지기도 했다. 기선 제압에는 스피드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 걸 맞은 뒷심이 있을까.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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