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의원 출신 피감기관장이어서 나름 격을 갖춰 말했는데 ……"
민주당 주승용 의원(지식경제위)은 21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숨을 쉬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20일 전기안전공사 국감에서 임인배 사장의 막말 탓이다. 주 의원이 요구한 자료는 전기안전사고 발생 현황이었다.
물론 사장이 구체적 통계를 모를 순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을 지낸 임 사장이 국민의 대표인 현역 의원에게 "담당한테 물어보면 되는 것 아닙니까, 나중에 사장 한번 해보십시오"라고 윽박지르듯 말한 대목엔 말문이 막힌다.
지경위는 22일 전기안전공사를 상대로 재국감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국감 기간에 피감기관의 고압적 자세로 인해 재국감을 실시하기로 한 것은 벌써 두 번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 역시 자료 부실 제출 문제로 파행됐다. 공단측은 지난 달 2일 요청한 자료를 국감 당일인 12일 새벽 4시20분에야, 그것도 자료 목록만 엑셀파일로 달랑 보냈다. 국회법에 따르면 피감기관은 자료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원칙적으로 내야 한다. 임 사장과 마찬가지로 건보공단 정형근 이사장 역시 3선 의원 출신의 '힘 있는 기관장'이다.
피감기관의 비협조 행태는 21일 서울대 국감에도 반복됐다. 서울대는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요구한 재직 교수 외부강연 신고 현황과 관련 목록만 적힌 자료 한 장만 제출했다. 이에 야당뿐 아니라 일부 여당 의원들도 문제를 제기했다. 수능자료 공개 문제로 야당과 얼굴을 붉혔던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도 "자료 제출은 협조가 아니라 정부의 당연한 의무"라고 가세할 정도였다.
'폭력 국회' '정쟁 국감'이 국회 경시를 초래한 원인일 순 있다. 하지만 입법부의 행정부 감시 기능을 방해하는 피감기관의 불량 국감 태도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장재용 정치부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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