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대선 과반득표 미달에 따른 결선투표를 극적으로 받아들였지만 다음달 7일 결선투표가 실시되기까지, 또 실시된 이후 과정 모두 산 넘어 산이다. 아프간 전쟁이 8년을 넘어서면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 아프간 파병국들에겐 또 다른 숙제다.
결선투표에 도사린 복병은 탈레반의 테러, 선거부정 재발, 혹독한 겨울날씨 등이다.
지난 8월 20일 실시된 아프간 대선에서 탈레반의 투표소 테러는 실제 상황이었다. 탈레반은 친미 정부 재집권을 막기 위해 결선투표 과정에서 다시 극렬한 테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8월 선거 때 탈레반은 투표한 사람들의 손가락을 자르는 등 끔찍한 보복을 했다. 미군 고위 관계자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투표소 보안 임무와 관련, "8월 선거 때처럼 투표소 95%는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한 5%는 테러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얘기다.
테러 보다 더한 위험은 광범위한 부정선거가 재발할 경우이다. 많은 비용과 위험을 무릅쓴 결선투표가 선거부정으로 더욱 극심한 혼란을 불러올 경우, 아프간은 그야말로 해답을 찾기 어려워진다. 부정의혹으로 8월 대선 결과도 두 달이 지나서야 발표된 점을 감안하면, 결선투표 마저 잘못되면 아프간은 장기간 무정부 혼란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서방국가들은 당장 부정선거에 동원된 카르자이 정부의 공무원들을 배제해야 한다. 부정선거와 관련해선 물론 카르자이 본인도 문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아프간 선거관리위원회에 부정선거에 개입했던 공무원들을 결선투표 때 다시 기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선 아프간 선거감시를 담당하고 있는 유엔의 모니터링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11월 중순부터 혹독한 겨울에 접어들어 상당부분의 마을이 고립되는 아프간의 날씨도 변수다. 다음달 7일로 결선투표 날짜를 서둘러 잡은 것은 그 이후에는 결선을 치르기가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아프간은 투표용지를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선거준비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내전상황에서 투표준비가 얼마나 신속하게 이루어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카르자이와 2위 득표자 압둘라 압둘라 후보간 연정구상이 완전 배제되지 않고 있는 것도 결선투표를 둘러싼 이런 어려운 상황 때문이다. 카르자이측은 연정구성을 강력 거부하고 있지만 서방의 압력 등 변수는 남아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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