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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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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파주'

입력
2009.10.2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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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은모(서우)가 야학 선생 중식(이선규)을 향해 외친다. "우리 언니 건드리지마". 그 울부짖음엔 한 소녀의 남자에 대한 연정, 언니에 대한 질투, 상실에 대한 두려움 등 복합적인 감정이 교차한다. 영화 '파주'는 은모의 외침처럼 다양한 감정과 해석의 층위를 지닌 영화다.

운동권 출신으로 과거의 상처를 지닌 중식이 경기 파주시로 스며든다. 형의 목회 일을 도우며 야학 선생으로 일하던 그는 은수(심이영), 은모 자매와 마주친다. 중식은 눈이 맞은 은수와 결혼식을 올리지만 사고로 아내를 잃게 된다. 집을 나갔다가 3년 만에 돌아온 은모는 언니의 죽음에 대해 의문을 품고, 중식은 은모를 한 가족으로 따스하게 맞이한다. 은모는 의혹과 연민과 사랑으로 중식을 대한다. 그리고 거대한 감정의 파국이 그들을 기다린다.

형부를 사랑한 처제라는 자극적이면서 단순한 수식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영화다. 사랑의 실체와 구원에 대한 갈구, 희생의 의미 등 삶의 다양한 요소가 111분의 텍스트에 조화롭게 섞여 들어가 있다. 좋은 텍스트가 늘 그렇듯이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는 것이다. 서울과 시골의 경계에 서 있는, 그래서 그 정체성이 모호하게 느껴지는 도시 파주처럼 영화는 단순하게 규정지을 수 없는 인간의 감춰진 심성을 파고든다. 아마도 2009년 충무로의 주요한 성과로 기록될 영화다.

'질투는 나의 힘'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박찬옥 감독의 7년 만의 복귀작.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부문에서 최우수작에 수여되는 아시아영화진흥기구(넷팩)상을 받았다. 29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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