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주도 정치에 대한 개혁과 행정 낭비 일소를 추진 중인 일본 새 정부의 나가쓰마 아키라(長妻昭) 후생노동성 장관이 20일 국장급 이상 오찬 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참석자들에게 500엔(6,500원)의 도시락 값을 현장에서 걷어 화제가 됐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공무원들로서는 정권 교체의 한 단면을 보는 동시에 새 장관의 독특한 스타일을 피부로 실감한 자리였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나가쓰마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소집한 장관 주재 간부회의였다. 탈 관료 정치를 정권의 대표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하토야마(鳩山) 정부의 장관들은 취임 이후 보고 받는 것 외에는 관료들과의 만남을 의식적으로 피해 왔다.
'미스터 연금'이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로 야당 시절 후생노동성의 연금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나가쓰마 장관은 자신과 부장관, 정무관 등 정무 3역과 관료들의 관계 개선을 위해 이날 자리를 마련했다. 정부 출범 후 한 달 넘게 지났지만 이날 참석자들 가운데에는 서로 초면인 사람들도 있었던 듯 회의 서두에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런데 회의가 끝난 뒤 관료들은 예상치도 않게 도시락 값으로 500엔씩을 내고 영수증을 받았다. 도시락엔 음료수(차) 비용이 포함됐다. 민주당 정권이 조정 중인 첫 예산안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적자 재정 확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행정 낭비를 줄이겠다는 제스처로 보인다. 나가쓰마 장관은 "간부 여러분의 지도를 잘 부탁 드린다"며 "국회 예산 확보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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