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KIA 감독은 20일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타순을 대폭 조정했다. 부진하던 톱타자 이용규 대신 2번을 치던 김원섭을 1번으로 올렸고, 6번 이종범을 중심타선(5번)으로 승격시켰다. 발목이 좋지 않아 3차전에서 벤치를 지켰던 장성호(2번)의 가세로 인한 연쇄 이동이었다. 그러나 이는 최악의 결과로 갈 길 바쁜 KIA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 실패로 돌아간 타순 변경
1차전 이후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장성호는 첫 타석부터 찬스를 맞았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전부터 컨디션 저하를 호소하던 장성호의 몸은 무거웠다.
선구안이 좋기로 유명한 장성호는 볼카운트를 불리하게 끌려간 끝에 SK 선발 채병용의 6구째를 받아쳤지만 1루수 박정권 정면으로 가는 병살타로 고개를 숙였다. 3회는 더 아쉬웠다. 1사 1ㆍ3루의 결정적인 기회에서 다시 장성호는 '4-6-3(2루수-유격수-1루수)'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었다.
KIA는 장성호의 병살타 2개를 포함해 찬스마다 3차례의 병살타로 추격의 흐름을 스스로 끊었다. 이종범도 삼진 포함, 3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조 감독의 회심의 타순 변경은 결과적으로 큰 패착이 됐다. KIA의 중심타선(3~5번)은 1안타로 침묵한 반면 SK는 7안타 중 5안타를 하위 타순에서 합작하며 대조를 이뤘다.
■ 승리의 밑거름이 된 공격적인 승부
김성근 SK 감독은 경기 전 KIA의 주포 최희섭과 김상현에 대해 "경기 초반 채병용과의 기 싸움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채병용과 정상호 배터리는 공격적인 승부로 KIA 타자들을 압박했다. 1회 선두타자 김원섭에게 안타를 맞고, 2사 후 3번 최희섭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던 SK 배터리는 2회부터 패턴을 바꿨다. 첫 타자 이종범부터 6회 2사 후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16타자를 상대하면서 한 번도 볼카운트가 0-3나 1-3에 몰린 적이 없었다. 투 볼까지 내주고도 흔들리지 않고, 곧바로 스트라이크를 잡거나 파울을 유도하며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갔다. 초반 채병용의 볼을 유심히 지켜봤던 KIA 타자들은 마음이 급해졌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인천=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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