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만 성사된다면 '하남'이라는 명칭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통합의 대의에 비하면 통합 시(市)의 명칭 문제는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합니다."
김황식 경기 하남 시장은 1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성남ㆍ광주ㆍ하남간 통합 논의와 관련, 통합 시 명칭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 "3개 시의 통합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에 비하면 통합 시 명칭은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며 "필요하다면 '하남'이라는 명칭도 과감히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시민단체 등에서 "통합 합의가 이뤄져도 성남, 광주, 하남 등 명칭 선정을 놓고 문제가 불거지는 등 지역 갈등이 오히려 심화할 것"이라며 통합에 반대하고 있는 데 대해 분명히 선을 그은 셈이다.
3개 시의 통합 논의는 지난 6월 김 시장과 이대엽 성남시장이 의견 접근을 보면서 급진전됐다. 광주시는 "'주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당시 통합 논의에서 빠지면서 지난 8월 19일 '성남ㆍ하남'이 먼저 통합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후 광주도 시민사회내 통합에 대한 긍정적 견해가 힘을 얻으면서 동참 의사를 밝혔다. 성남ㆍ광주ㆍ하남 3개 도시는 지금은 3개 도시로 나뉘어져 있지만 과거 삼국시대 백제가 위례성에 도읍지를 정한 이후부터 1,000여 년 동안 한 울타리였다. 그러다 1973년 광주에서 성남이 분리됐고, 1989년에는 하남까지 분리됐던 것.
김 시장은 통합 필요성과 관련, "지금은 국가 브랜드보다 도시 브랜드로 승부하는 시대"라며 '도시 브랜드 가치'를 유난히 강조했다.
"성남의 인구와 재력, 광주의 드넓은 땅, 그리고 하남의 원활한 교통여건이 서로 어우러진다면 세계 어느 도시와 경쟁해도 손색 없는 최고의 도시 브랜드를 갖추게 될 것입니다."
하남은 중부고속도로, 경기 순환도로(외곽순환도로), 경춘고속도로, 올림픽도로 등 우수한 교통 여건을 보유하고 있고, 광주의 면적은 430㎢에 달하며, 성남은 95만명이 넘는 인구와 2조3,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재정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합이 성사되면 통합 시는 인구 135만명, 면적 665.85㎢의 수도권 거대 도시로 발돋움하게 된다. 인구는 수원(110만명)보다 많아지고 면적은 서울(605.4㎢)을 앞지른다. 예산 규모도 3조2,600억원에 이른다.
김 시장은 그러나 "단순히 도시만 커지는 게 아니라, 인천에 버금가는 경쟁력과 효율성을 갖춘 수도권의 대도시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지자체간 갈등이 줄고, 예산이 절감되는 데 따른, 눈에 보이지 않은 경쟁력 상승 효과이다. 김 시장은 "공설 운동장이나 보건소, 도서관, 화장장 등과 같은 복지 시설과 시민 편익 시설 등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중복투자에 따른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3개의 시청이 '1시청 +2구청'으로 줄어들어 운영 경비가 절감되고 무엇보다 통합시 자체 관리 계획에 따른 개발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국립 대학교를 유치하거나 각종 기관을 설립하는데 유리해 진다"고 덧붙였다.
김 시장은 통합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촉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시장은 "통합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받아 낼 수 있는 것은 '똑 부러지게' 받아내겠다"며 "다른 2개 시와 함께 주민 현안 사업을 추진하는데 정부의 역할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시장은 지하철 5호선을 '미사지구~풍산지구~하남시청(명품 아웃렛 예정지)~하산곡동(중앙대 하남 캠퍼스 예정 부지)'까지 7.5km 연장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또 하남 분기점에서 남한산성을 관통해 성남 수정구청에 이르는 '하남-성남간 도로' 개설 공사(2,200억원), 환경 기초 시설 현대화 사업(1,500억원) 뿐만 아니라 4대강 살리기 사업에 하남시의 포함해 줄 것을 적극 건의 한다는 방침이다.
김 시장은 "3개 시 단체장들이 사심을 버리고 지자체를 위해 선택한 길인 만큼 주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 건의문·감사 청구… 통합 반대 운동도 '들불'
성남·하남·광주 등 3개 시 단체장들의 적극적인 통합 추진에도 불구, 성남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통합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도 만만찮다.
'성남분당주민연합회' 등 4개 주민단체로 구성된 '졸속강제통합 저지 시민대책위'가 지난달 "3개 시 통합은 졸속통합"이라며 통합반대 건의문을 행안부에 제출한데 이어 지난 7일에는 주민 2,452명의 이름으로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제기했다.
대책위는 청구서에서 "성남시가 주민의 반대의사를 무시하고 지난달 30일 행안부에 통합건의서를 제출한 것은 주민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성남시장만의 독재행정"이라며 "성남시의 관권동원 행정구역 통합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관련 부서도 모르게 세 시장이 통합선언을 한 것에 대한 절차적 검증이 필요하며, 4차례에 걸친 주민설명회 및 토론회에 쓴 예산이 정당하게 집행됐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남시에서는 "서울 강동구나 서울 송파구 등과 통합이 더 필요하다"는 견해도 힘을 얻고 있어 향후 통합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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