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박재홍(36)은 우승반지가 4개나 된다. 한국시리즈 우승 4회(98, 2000, 2007, 2008년)는 현역 선수로는 삼성 박진만(5회)에 이어 2위다.
전성기가 지났다고는 하지만 박재홍은 박재홍이다. 찬스가 걸리면 좀처럼 놓치지 않는다. 그만큼 수 싸움에 능하다. 지난 14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도 박재홍은 1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결승홈런을 뿜으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안내했다.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SK-KIA의 한국시리즈 4차전. 7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박재홍은 2회말 2사 1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1루 주자는 2사 후 볼넷으로 나간 정상호. KIA 왼손 선발 양현종은 박재홍에게 연거푸 볼 3개를 던졌다.
양현종은 4구째 한가운데로 직구를 몰아 넣었다. 구속은 144㎞였지만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졌던 터라 힘이 없었다. 박재홍은 지체 없이 방망이를 돌렸고, 큰 포물선을 그린 타구는 왼쪽 담장을 유유히 넘어갔다. 비거리 115m짜리 결승 2점 홈런. 박재홍의 한국시리즈 홈런은 현대 시절이던 98년 이후 9년 만이다.
박재홍은 5회 쐐기점수를 얻을 때도 징검다리를 놓았다. 무사에서 선두 정상호가 2루타로 포문을 열자 박재홍은 번트를 성공했다. 정상호는 7번 나주환의 우중간 2루타 때 홈을 밟아 3점째를 올렸다.
4-3 SK의 승. 이로써 지난 16, 17일 광주 1, 2차전을 내줬던 SK는 안방에서 벌어진 3, 4차전을 쓸어 담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SK는 200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사상 처음으로 2패 후 4연승으로 우승컵을 품었고, 지난해에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첫판을 지고도 4연승으로 정상에 섰다.
SK 선발 채병용은 팔꿈치 부상 속에서도 5와3분의2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고, KIA 선발 양현종은 5와3분의2이닝 3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졌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패전의 책임을 떠안아야 했다. KIA는 1, 3, 5회 병살타 3개가 결정적이었다. KIA는 1-4로 뒤진 9회 2점을 쫓아간 뒤 만루의 찬스를 이어갔지만 뒤집기엔 힘이 모자랐다.
한편 5~7차전은 잠실구장에서 벌어지며, 5차전은 22일 오후 6시 열린다. 양 팀은 1차전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쳤던 두 외국인투수 로페즈(KIA)와 카도쿠라(SK)를 5차전 선발로 내세울 예정이다.
■ 양팀 감독의 말
▲김성근 SK 감독=경기 후반에 점수를 주긴 했지만 투수들이 전체적으로 잘 풀어줬다. 특히 정우람이 중간에 잘 막아줬다. 정우람 이승호 윤길현 모두 바꿀 타이밍에서 한 번씩 더 믿어줬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 타격감이 좋은 6번 정상호 뒤인 7번 타순에 찬스가 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박재홍이 한 방을 쳐줬다. 아쉬운 점은 9회에 2점을 내준 것이다.
▲조범현 KIA 감독=경기 초반 점수가 나지 않아 타순을 조정해 공격적인 라인업으로 나갔는데 장성호의 연속 병살타가 아쉽다. 선발 양현종은 아주 잘 던져줬다. 투수들은 잘 견디고 있는데 문제는 공격이다. 내일 타자들은 훈련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처음부터 2승2패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아쉽게도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 접전 양상이 됐으니 잠실로 가서 좋은 경기 펼치겠다.
인천=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허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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