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 이원희 회장이 최근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공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다양한 교육정보 공개는 학부모와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필요하나 어디까지나 교육논리와 합리적 절차가 전제돼야 한다"며 "교육과학기술부의 갑작스러운 성적 공개는 사회적 혼란만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번 성적 공개는 중대한 절차적 문제가 있어 정부가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큰 틀에서 교육정보 공개는 일정부분 필요하다는 논지로 이해된다.
초ㆍ중등교육이 거의 대학 진학 용도로만 기능하는 우리 교육의 현실에서 수능성적 공개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다. 지역적, 경제적 요인에 따라 학업성취도가 크게 차이 나는 파행적 교육현실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큰 공개반대 논리이다. 십분 이해하지만 엄존하는 문제를 다만 감추기만 하는 것은 이러한 교육현실의 개선을 모색하고 해결점을 찾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정보 공개는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문제는 교총이 지적한 대로 합리적 이유와 절차가 생략된 공개방식이다. 이번의 경우 교육부가 슬며시 자료를 내 주고 뒤로 빠지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일부 언론의 자의적 해석으로 인한 오독(誤讀)의 문제점을 그대로 방치하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지역 별 고교 별 학력 차이만 부각시킴으로써 자칫 고교등급제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정보 공개의 가장 나쁜 효과이다.
이번에 공개된 수능성적은 거꾸로 지역 별 학력차이가 무의미함을 보여주었다. 핵심은 서울 강남과 일부 수도권ㆍ대도시지역 고교들이 학력 최상위급 학생들은 많이 배출했지만, 평균성적은 도리어 낮다는 점이다. 이들 지역 고교교육이 우월한 것이 아니라 단지 사교육 효과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결과다. 말하자면 학생의 잠재력에 상관없이 당장 대학 입학을 위한 시험기술의 숙련에만 치중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수치인 것이다. 정보 공개는 바로 이런 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논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교총의 주장에 동의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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