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19일 대원외고가 입시에서 영어 듣기시험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데 대해 "자기 정체성을 드러낸 커밍아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어 고등학교가 외국어 듣기평가를 안 보겠다는 것은 학생들을 일류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한 특수전문학원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같다"며 "외고의 설립목적에 맞게 외국어라는 특정 분야 전문가를 키워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인 정 의원은 외고를 사교육 주범으로 지목하고 특성화된 자립형사립고로 전환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정 의원은 이르면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 의원은 이날 "외고를 자립형사립고로 전환하자는 것은 외고를 폐지하자는 게 아니라 선발방식을 바꾸자는 것"이라며 "자율학교나 자립형사립고는 원하는 학생의 지원을 받은 뒤 추첨으로 뽑아 특성에 맞게 가르치는 것"이라며 설명했다.
그는 "부모가 해외에 체류해 영어를 잘 하는 학생은 중학교 전과목 성적이 반영되는 내신 때문에 외고에 들어가지도 못한다"며 "외국어가 우수한 학생을 뽑아서 목적에 맞게 운영을 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가 사교육비 경감 대책 추진이지만 외고 때문에 좀처럼 사교육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교육비 증가로 계층이 양극화되고 저출산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외고의 자율고 전환은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서민을 따뜻하게 하자는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중도실용정책에 가장 부합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고 입시를 사교육비 증가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이 마녀사냥이라는 일각에 지적에 대해 "마녀사냥이란 마녀가 아닌 사람을 마녀로 몰아 사냥한다는 얘기지만, 외고는 분명히 마녀"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사교육 업체와 교육 기득권층의 반발과 관련해 "외부 압력에 휘둘리면 의원 배지를 달고 있을 자격이 없다"고 법안 발의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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