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효성그룹 비리첩보 보고서를 만들어 사건을 대검 중수부에 배당했다가, 17대 대선 직후 서울중앙지검으로 재배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팀 교체 과정에서 첩보보고서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김준규 검찰총장은 "효성에 대한 첩보보고서는 2007년 6월 대검에서 생산돼 8월 28일 중수부에 접수했고, 12월 26일 서울중앙지검으로 보내졌다"고 밝혔다. 김홍일 중수부장은 "첩보를 입수한 뒤 6개월 동안 대검에서 무엇을 했느냐"는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의 질의에 "중수부에 배당돼 있었는데 당시 신정아 사건으로 중수부 검사들이 서울서부지검에 파견돼 내사진행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검찰 설명대로라면 중수부에서 거의 내사를 진행하지 않다가 2007년 12월19일 치러진 대선 1주일 뒤에 서울지검에 이첩한 것이라, 검찰이 대선 결과에 부담을 느껴 사건을 재배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2009년 이후 서울지검에서 효성 비자금 수사를 담당한 검찰 관계자는 "(첩보 보고서에 담겨 있는) 해외법인을 통한 재산유출 의혹 부분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그러한 보고서를 넘겨받지도 못했다"(본보 8일자 8면 보도)고 밝힌 바 있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검찰이 첩보의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할 경우에도 수사가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관련 자료를 파기하지 않고 후임 수사팀에 넘긴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첩보보고서가 아예 수사팀에 전달되지 않았거나 후임 수사팀에 전해지지 않고 흐지부지 됐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총장은 부실수사 의혹을 부인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이 경찰을 지휘해 수사했다가 불구속기소로 종결한 효성 관련업체 로우전자 사건에 대해 대구지점 김천지청이 16일 관련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중앙지검 수사 내용을 확인해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한편 대검 감찰부가 본보의 보도와 민주당 의원들의 의혹 제기에서 인용된 대검 첩보보고서의 유출 경위 파악과, 유출자 색출에 나선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