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히트 행진을 벌이던 SK 선발 게리 글로버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3회까지는 매회 삼자범퇴로 KIA 타선을 호령하더니 4회 들어 볼넷 3개로 만루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이재주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넘겼지만 들쭉날쭉한 투구는 5회에도 계속됐다. 글로버는 2사 이후 볼넷과 사구를 연달아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4-0 리드 상황에서 글로버가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는 데까지 아웃카운트 1개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김성근 SK 감독은 주저 없이 불펜에 손짓을 했다. 올시즌 한국시리즈의 향방을 가름할 경기라고 판단했던 3차전, 김 감독의 필승카드는 왼손 이승호(28)였다.
이승호는 등판하자마자 2사 1ㆍ2루 위기에서 김원섭을 투수 땅볼로 잡아내 불을 껐다. 6회에도 선두타자 이종범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후속 타자들을 범타로 돌려세웠다. 7회초 폭투로 1점을 헌납한 게 '옥에 티'.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흠잡을 데 없는 투구였다. 2와3분의1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한 이승호는 3차전 승리투수가 됐다.
2연패로 위기에 빠져 있던 팀을 구해낸 소중한 1승이자 이승호 자신의 한국시리즈 첫 승이었다. 이승호는 2003년과 지난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승리투수가 된 적은 없다. 2003년에는 3경기에 등판해 2패 평균자책점 9.82로 난타당했고, 지난해에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9로 4개의 홀드를 기록하며 SK 2연패의 주역이 됐다.
이승호의 활약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승호는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4경기에 등판해 24타자를 맞아 4개의 안타만 허용하며 볼넷 2개 삼진 10개로 무실점 호투를 펼쳐 2승을 거머쥐었다. 한국시리즈 3경기에서도 모두 등판한 이승호는 전병두가 없는 상황에서 SK의 3연패를 위한 키 플레이어로 떠오르게 됐다. 이승호는 "2연패였기에 무조건 이긴다는 각오뿐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천=허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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