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대형화, 전국구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감독당국이 저축은행 간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타 영업권역에 지점을 낼 수 있도록 한 이후 활발한 인수ㆍ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린 대형 저축은행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자산 규모가 지방은행을 뛰어넘는 메머드 저축은행그룹도 생겨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마케팅도 참신해지고 있다. 직장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야간 영업을 도입하고, 특화상품을 개발하거나 골프구단을 운영하는 등 인지도 상승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산, 한국저축은행그룹 자산 8조원
지방에 근거지를 둔 저축은행들은 서울 진출을 위해, 서울에 근거지를 둔 저축은행들은 지방 진출을 위해 몸집을 불렸다. 6월 말 기준 자산규모 1, 2위인 부산저축은행그룹(부산ㆍ부산2ㆍ중앙부산ㆍ대전ㆍ전주)과 한국저축은행그룹(한국ㆍ진흥ㆍ경기ㆍ영남)은 계열사 총자산 규모가 8조원을 넘는다. 총자산 규모가 7조원 수준인 전북은행보다 많다. 지난해 대전저축은행과 전북 고려저축은행(현 전주저축은행)을 인수한 부산저축은행은 영업권을 영ㆍ호남ㆍ충청ㆍ서울로까지 확대했다.
최근 대구의 MS저축은행을 인수한 한국저축은행그룹은 금융당국의 합병 인가를 받게 되면 부산저축은행그룹보다 자산 규모가 앞서게 된다. 2000년 초까지만 해도 총자산이 2,500억원에 불과했던 한국저축은행그룹은 진흥ㆍ경기ㆍ영남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8조원대로 불어났고, 영업권도 서울에서 경기, 부산 등으로 넓어졌다. 일찌감치 전국화에 나선 솔로몬저축은행은 서울 경기 부산 호남 지역에 각각 계열사를 두고 있으며, 자산 규모도 6조원에 이른다. 경기도를 기반으로 한 토마토저축은행도 부산 양풍저축은행을 올해 3월 인수, 토마토2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꾸고 서울에도 지점을 개설했다.
다만 저축은행 대형화의 이면에는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 확장을 위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뒤에는 건전성을 높여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 토마토저축은행 관계자는 "양풍저축은행을 올해 3월 인수한 뒤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증자와 감자를 통해 900억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경쟁 치열... 이색 마케팅 활발
지방의 대형 저축은행들이 서울ㆍ경기로 영업권을 넓힌 뒤 강남이나 분당 등 '부자 고객'들이 몰리는 곳에 지점을 잇따라 개설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고객을 유치 마케팅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공동구매로 가입하면 금리를 높여 주거나 소속 선수가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추가 금리를 주는 등 '금리 마케팅'은 기본. 경기저축은행 분당지점은 갤러리와 발 마사지 스파, 포켓볼 당구대까지 갖추고 고객들을 맞고 있다.
직장인 고객을 노린 야간 영업도 저축은행의 특징이다.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전 지점 수요일 야간영업을 실시한 토마토저축은행의 실험이 성공하자 올해 들어 W저축은행, 스카이저축은행 등이 수요일은 물론 토요일에도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인천 소재 에이스저축은행도 이 달 13일부터 수요일 연장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골프마케팅도 저축은행들의 인지도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삼화저축은행과 토마토저축은행은 각각 프로골프 선수 13명, 11명을 거느린 국내 최대 골프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골프 대회도 개최하며 우수 고객은 프로암 대회에 초청 한다. 배성재 삼화저축은행 골프단 사무국장은 "요즘 골프 애호가들은 대부분 삼화저축은행을 들어봤다고 할 정도로 인지도 개선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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