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이끄는 집권 통합러시아당이 중국 공산당 '따라 배우기'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 "푸틴의 정당이 최근 마치 샘 많은 낙제생이 모범생을 따라 하듯이 중국 공산당 모방에 열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합러시아당은 지난 9일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의 중ㆍ러 국경도시 쑤이펀허(綏芬河)시에서 중국 공산당 고위간부들과 특별회담을 갖고 당 운영과 국가경영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 받았다.
여기 참석했던 알렉산드르 D. 주코프 러시아 부총리는 "중국 공산당이 중국 정부 발전에 기여한 점은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며 "그 업적을 면밀히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코프 부총리는 다음달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초청하기도 했다.
통합러시아당이 배우려는 것은 일당독재를 유지하며 경제성장에 성공한 비결이다. 두 나라는 비슷한 시기에 시장경제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급격한 시장자유화를 택한 러시아 경제는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일당독재를 유지한 중국은 제조업을 통해 세계를 석권하고 있다.
세계은행 6월 발표에 따르면 올해 중국 경제성장 전망치는 7.2%에 달하는 반면 러시아 경제성장 전망치는 마이너스 7.9%다. 정부조직의 부패 정도, 국민들의 기대수명 등 모든 면에서 러시아는 중국에 크게 뒤져 있다.
푸틴 총리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중국정부와 공산당의 유기적 체제이다. 사실 통합러시아당은 푸틴의 개인적 인기에 의존하고 있을 뿐 "러시아식 보수주의를 추구한다"는 모호한 강령 외에 구체적 철학이 전무한 형편이다. 하지만 지난 11일 실시된 지방선거를 계기로 정부ㆍ통합러시아당ㆍ관영언론이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NYT는 평가했다. 중국의 통치술을 구체적으로 러시아에 접목시킨 결과라는 것이다.
자유주의 성향의 러시아 야당 야블로크의 세르게이 미트로킨 당수는 "통합러시아당의 잦은 대중국 교류는 항구적 일당독재 체제를 구축하려는 기도"라고 NYT에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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