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종범(39)에게 올해 한국시리즈는 의미가 남다르다. 단지 97년 이후 12년 만에 큰 무대에서 선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시즌 후 이종범은 유니폼을 벗을 위기에 몰렸다. 코칭스태프에서 사실상 이종범을 전력 외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이종범은 그러나 "1년 더 해보고 안 된다고 판단되면 유니폼을 벗겠다"고 버텼다. 결국 구단과 코칭스태프는 이종범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종범은 그렇게 해서 올해 선수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시즌이 시작되자 이종범의 가치는 생각 외로 컸다. 주전 외야수로 낙점됐던 채종범과 이용규가 잇달아 부상으로 나가 떨어졌다. 이종범은 후배들을 다독이며 팀을 이끌었다. 이종범은 비록 주연은 아니었지만 팀이 한국시리즈에 나가는 데 밀알이 됐다.
'가을 사나이' 이종범이 한국시리즈 첫판에서 우뚝 섰다. 16일 광주에서 벌어진 SK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 6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이종범은 3타점을 몰아치며 5-3 역전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종범은 93년과 97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였다.
이종범은 1-2로 뒤지던 6회말 2사 만루에서 윤길현을 두들겨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뿜었다. 결승타도 이종범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이종범은 3-3이던 8회 1사 2ㆍ3루에서 우전안타를 때리며 3루 주자 최희섭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날 성적은 4타석 3타수 2안타 1볼넷 3타점.
첫판을 기분 좋은 역전승으로 장식한 KIA는 '산술적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의 8부 능선을 넘었다. 지난해까지 26차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의 우승은 모두 20번이었다. 그러나 2001년 이후로는 1차전을 잡고도 우승한 경우가 4번(57%)에 불과했다. SK는 2007년과 지난해 첫판을 내줬지만 역전우승을 일궜다.
KIA 선발 로페즈는 8이닝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철벽 마무리' 유동훈은 1이닝 퍼펙트로 개인 첫 한국시리즈 세이브를 기록했다. SK 선발 카도쿠라는 5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한편 2차전은 17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KIA는 오른손 정통파 윤석민, SK는 역시 오른손 정통파인 송은범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광주=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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