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도주들이 탄력을 잃은 때문일까. 코스피지수가 실제 하락한 것보다 체감 지수가 더 나쁜 상황이다. 10월 초에 떠났던 외국인 매수가 다시 돌아 왔지만 위력은 예전만 못하다. 외국인의 매수는 아시아 시장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데 금융위기 이후 자금의 회귀양상이라는 점에서 추가 매수 여력은 있어 보여진다.
그러나 외국인의 매매 스타일은 조금 더 약삭빠른 모습으로 변했다.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기보다는 차익실현용 매도와 키 맞추기 식 매수를 병행하고 있어 매수 규모에 비해 시장의 탄력은 현저히 줄었다. 이런 매매 패턴이 계속될 경우 시장은 방향성을 설정하기 보다는 1,600~1,700선에서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시장 대응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지난 주 주요 변수는 환율이었다. 원ㆍ달러 환율은 심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환율이 1,150원을 위협하는 듯 했다가 주말에는 급등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기조적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만큼 심한 변동성이 수출주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엔화도 달러 대비 강세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일본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에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일단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부담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본격적인 실적 시즌에 돌입했는데 미국은 예상보다 호실적이 나올 것이라는 추세가 우세해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재료를 놓고도 반응이 사뭇 다르다. 삼성전자의 놀라운 실적 전망을 필두로, POSCO LG화학 등 주요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보여 주었지만 온기가 시장 전반으로 퍼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주가를 평가할 때 '12개월 주당 순익배율'을 사용하는데, 12배를 넘어서던 이 수치가 최근 10.7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이익 전망치가 주가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해 주식 매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주도주들에 대해서는 차익실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겠다'는 '안전운행'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실적이 온전히 시장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해도 분명 호재다. 외국인 매수까지 돌아오는 과정이라면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는 재료는 충분해 보인다. 언뜻 보면 시장 상황이 불리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들을 재료로 삼으면 나쁜 상황도 아니다. 그래서 대응이 더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시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게 정답인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오르지 못했던 종목에 대해 키 맞추기 관점의 짧은 대응이나 철강과 은행주에 대한 선별적 접근은 유효해 보이지만, 시장을 사는 전략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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