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가서명을 했지만, 발효에 이르기까지는 도사리고 있는 암초가 적지 않다.
그동안 한ㆍEU FTA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 온 이탈리아 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경고함으로써 앞으로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한ㆍ미 FTA 또한 한ㆍEU FTA 가서명에 따라 진척이 예상된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재협상 내지는 추가협상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돌포 우르소 이탈리아 경제개발부 차관은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정부는 (한ㆍEU FTA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고 AFP가 보도했다.
우르소 차관의 이같은 경고는 "협정 결과가 매우 불리하다"는 자국 자동차 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것. 우르소 차관은 "우리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반대를 극복하는데 효용이 있는 명쾌한 최종 협정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의 저항도 거세다. ACEA는 차종별 관세철폐 시한, 원산지 규정, 관세 환급 등의 주요 이슈에서 협상이 불균형하게 이뤄졌다며 줄기차게 반대 입장을 개진해 왔다.
ACEA는 15일에도 아이반 호덕 사무국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한국 협상단은 5억명 인구의 시장에 대한 무제한 접근을 획득했다"며 "회원국은 이 협정을 절대 비준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대세에는 큰 지장이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 캐서린 애슈턴 EU 집행위원은 "모든 회원국이 가서명에 동의했고 이는 이탈리아 정부도 협정을 지지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한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FTA팀장도 "특정한 품목이나 업종에서 피해가 있다고 해도 전반적인 이익이 있다면 끝까지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랜 교착 상태에 있는 한ㆍ미 FTA도 삐그덕거리는 모습이다. 웬디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는 14일(현지시간) 미 하원 외교위원회 소위 청문회에서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 기업과 근로자들을 위한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좀 더 일을 할 수 있고, 더 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기존의 협정 위에서 만들어질 패키지 권고안을 갖고 가까운 장래에 한국과 다시 얘기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조만간 추가 협상 등 모종의 제안을 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하지만 한ㆍEU FTA 가서명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한ㆍ미 FTA 비준을 독촉하는 목소리가 강해진 것도 사실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울과의 무역'이라는 사설에서 "만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미국 기업들을 위한 무역 기회를 확대해주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들은 기꺼이 그 공백을 채울 것"이라고 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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