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데닛 지음ㆍ이한음 옮김, 동녘사이언스 발행ㆍ470쪽ㆍ1만8,000원)
올해는 다윈이 태어난 지 200년이 되는 해라 진화생물학과 관련한 이러저러한 학자들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대니얼 데닛이라는 이름도 그 가운데 하나인데, 그는 생물학이 아닌 철학 박사로 미국 터프츠대 철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신경과학과 동물행동학 등의 발전은 인간의 자유의지라는, 고전적 의미에서 철학적 주제를 생물학의 경계 속으로 끌어들였다. 데닛은 그 경계를 넘나들며 '결정론 대 자유의지' 담론을 이끌어가는 석학이다.
<자유는 진화한다> 는 데닛의 2003년 저작으로, 현대 신경과학의 결정론적 관점을 수용하면서도 자유의지의 존재를 증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학은 인간의 의식이 뉴런이라는 신경세포 다발의 복잡한 상호작용임을 밝혀냈다. 자유는>
의식과 행동은 물리법칙을 따르는 뉴런의 전기 신호에 의한 것일 뿐이므로, 인간의 자유의지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대 과학의 지배적 관점이다. 자유의지에 기반한 도덕과 윤리는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저자도 "인간과 침팬지와 로봇은 근본적으로 같다"고 주장해 온 다윈주의자다. 그는 형이상학적 설명을 배척하고 신경생리학, 컴퓨터공학 등의 이론을 바탕으로 인간의 의식을 설명한다.
그러나 인간의 자유의지가 완전히 불가능하다는 견해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자유의지의 실재를 진화론의 구조로 설명하는데, "자연선택에 의해 유기체가 환경에 점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자유의지가 디자인됐다"는 것이 요지다.
저자가 말하는 자유의지의 핵심은 "어떤 결과를 피할 수 있는 능력"이다. 예컨대 근시는 어떤 원인에 의해 일어난 결과이지만 습관을 고치거나 수술을 받아 근시라는 결과를 피할 수 있다.
이 회피능력은 수십억년에 걸친 진화의 산물로, 가능한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는 능력이 인간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길항적(拮抗的) 관계로 여겨지던 결정론과 자유의지 사이에 공존 가능성을 텄다.
현대 유물론의 거장이자 리처드 도킨스의 철학적 대변자를 자처하는 저자가 이런 논변을 전개하는 것은 다소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아이러니는, 현대 과학의 기계론적 세계관과 전통 윤리 사이의 거대한 간극에 고민하는 독자들에게는 해방감으로 다가올 듯하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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