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으로 인도적 지원을 공식 요청했고, 정부는 이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남북은 이날 어떠한 합의도 도출하지 못하고 회의를 마쳤다.
적십자 실무접촉 대표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개성공단 내 남북경협협의사무소에서 네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남측은 다음 달 서울과 평양에서 이산가족 교환 상봉 행사를, 내년 설 계기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자고 제의했다. 또 국군포로ㆍ납북자 문제 해결 필요성과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의 정상화를 강조하면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ㆍ상시화 방안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구체적 품목과 수량에 대한 언급 없이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김의도 남측 수석대표가 밝혔다. 북측이 언급한 '인도적 지원'은 쌀과 비료 지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 대표는 "북측 대표는 인도적 지원을 요청한다는 직접적인 표현을 썼다"며 "북측의 말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남측의 성의있는 조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수석대표는 북측 대표에게 "서울로 돌아가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북측 인도적 지원 요구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라며 "일정 규모의 순수한 대북 지원은 조건 없이 할 수 있지만 대규모 지원은 남북 당국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남북관계가 풀릴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는 5만 톤 이하 식량 지원은 인도적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다음 접촉에서 성과가 있을까 생각한다"고 밝혀 차기 접촉에서 진전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접촉에는 우리 측에서 대한적십자사 김의도 실행위원, 김성근 남북교류과장, 북측에서는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박용일, 박형철, 이동혁 위원 등이 각각 대표로 나섰다.
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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