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전후해 잠잠한 것처럼 보이던 신종 인플루엔자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열흘 새 신종플루 사망자가 7명이나 나오고, 사망사례도 고위험군을 벗어나 다양한 연령대로 급속히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기온이 내려가면서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으나 백신 접종은 이달 말이나 가능해 보건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8일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에 따르면, 보건 당국이 항바이러스제 투약률 등을 기준으로 비공식적으로 산출하는 신종플루 확진환자 수가 추석 연휴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3~4명 수준에 머물렀던 중환자실 입원 신종플루 환자수도 지난주 들어 10여명으로 급증했다.
보건 당국은 9월 하순부터 전국 표본감시의료기관 817곳의 인플루엔자 유사환자 분율(ILI)이 외래환자 1,000명당 5~7명 수준에 머물자 신종플루가 한풀 꺾였다고 안도하는 분위기였으나, 최근 사망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추석 연휴 이후 학교의 집단 발생사례가 급격히 늘어 학교 내 신종플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전염병관리과장은 "인플루엔자 유행의 가장 중요한 지표가 학생 감염자 수인데 최근 학교 집단발병이 크게 늘었다"며 "학생들은 집단생활을 통한 근접촉비율이 높은 데다 가정으로도 바이러스를 옮기기 쉬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위도의 북반구에 위치한 미국은 지난 한 주 11명의 어린이가 신종플루로 숨져 현재 총 86명의 어린이 사망자를 기록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여름철 대유행을 겪은 미국도 일교차가 커진 최근 급격히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어 기온이 비슷한 우리나라도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날씨가 추워질수록 바이러스의 활동력이 왕성해지는 만큼 사망자는 다양한 계층, 연령층에서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종플루 환자의 증가세에 비해 의료기관의 대처는 여전히 미흡하다. 16일 사망한 7세 남아는 내원 자체도 늦었지만 항바이러스제 투여도 첫 증세를 보인 지 6일 후에야 이뤄졌다. 14일 사망한 75세 고위험군 여성은 아예 항바이러스제를 투여받지 못했다.
권준욱 과장은 "그동안 의료기관이 재빠르게 선제적으로 대응하도록 많은 교육과 홍보를 실시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확진 판정을 받지 않더라도 중증환자는 바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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