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부터 세종시 문제로 인해 적잖은 홍역을 치러야 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당시 참여정부의 수도 이전 계획에 정면으로 반대했었다.
이 때문에 대선 기간 내내 이 대통령이 취임하면 세종시 건설 계획이 백지화된다는 악소문에 시달렸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대전·충남 지역 유세에 나설 때마다 세종시는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유권자들을 안심시켜야 했다.
대선 기간에 이어 정부 출범 이후 이 대통령이 세종시와 관련된 일련의 발언을 되짚어보면 한가지 일맥상통하는 메시지가 있다.
요약하자면 '이미 시작된 일이라 중단할 생각은 없지만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면 자족도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생산기능을 갖춘 자족 도시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소마다 뉘앙스는 약간씩 달라졌지만 이 대통령이 2007년 11월 행정도시건설청을 방문했을 때 "자족기능을 강화한 명품첨단도시, 이명박표 세종시를 만들겠다"고 발언한 데서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에 "지금의 계획은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보완 또는 수정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럼 이 대통령은 어떤 식의 보완·수정안을 구상하고 있을까.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대선 공약으로 충청권에 과학비즈니스 도시 건설을 내세운 바 있다.
이는 세종시와 대덕연구단지를 연계해 국제과학기업벨트를 조성하겠다는 것으로, 과학을 중심으로 한 자족도시 육성 계획이다. 요즘 여권 내부에서 유력하게 검토되는 방안이다.
또 자유무역지대로 정비하자는 아이디어도 논의되고 있으며, 대기업과 유명 대학교 등을 세종시로 이전시키는 방안도 거론된다.
여권은 행정기능과 과학기능을 결합한 도시를 만들되 자족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 대학 이전을 적극 권장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는 단순히 부처 몇 개를 이전하느냐를 놓고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세종시를 만들어가야 충청권은 물론 국가 전체에 이로울 수 있느냐를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 입장에서는 원안대로 그냥 처리하면 논란의 중심에 서 있을 이유도 없고 정치적으로도 별반 손해 볼 일도 없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정치적 공격을 감수하면서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국가대계를 위한 중대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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