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암캐미들은 여왕개미가 될 조건을 충분히 갖췄어요. 한데 여왕개미가 페로몬을 이용해 암캐미들을 일개미로 전락시킵니다.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거죠. 그렇다고 암캐미들이 여왕개미가 되려고 애쓰는 것도 아녜요. 자신의 가능성과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것을 모르거든요. 어쩐지 우리 사회와 닮지 않았나요?"
에세이 <벌레만도 못하다고?> (필통속자연과생태 발행)의 저자 조영권(41)씨는 현 세태를 곤충의 삶에 빗대 매섭게 꼬집되, 곤충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도 잊지 않았다. 20년 된 200mm 매크로 렌즈로 직접 찍은 천연색 곤충 사진들은 마치 도감을 보는 것 같다. 벌레만도>
월간지 '자연과 생태' 편집장을 맡고 있는 그는 원래 재료공학과 사진학을 전공했다. 학창시절 사회과부도를 보는 게 취미였던 그는 여행에 빠져들면서 곤충 사진을 찍게 됐다. "호기심 많은 사람들에겐 바닥이 금방 드러나는 분야는 매력이 없어요. 곤충은 지구에서 가장 많은 종 수와 개체 수를 지닌 생물이에요. 평생 해도 끝이 없을 일, 이거다 싶었죠." 직장생활 중에도 주말마다 자연을 찾아 다녔다. 2004년 월간지를 창간한 뒤부터는 한 달에 한 번 2~3일 일정으로 탐사를 나선다. 도끼, 톱, 망치 등을 들고 다니다가 등산 온 사람들이나 경찰관에게 오해를 산 일도 많았다.
이렇게 어렵사리 모은 필름 사진만 10만여 컷, 만난 곤충은 4,000여 종에 이른다. 그는 이를 토대로 <곤충들아 고마워> 라는 어린이책과 <주머니 속 곤충도감> 도 펴냈다. 이번 책은 교육 목적보다는 곤충의 속사정을 이해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친해져야 보호든 복원이든 할게 아니겠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글의 형식도 자유롭다. 조씨에 따르면 심적 변화나 깨달음이 있을 때 한 편씩 쓴 일기 같은 글이다. 12월 '인섹트 마니아'라는 곤충전문지를 창간할 예정이라는 그는 "지금 가는 길이 먹고 살 만한 선택이었음을 확인하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밝혔다. 주머니> 곤충들아>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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