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침체에서 회복되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W형 경기사이클을 지칭하는 이른바'더블 딥(double-dip)'논란이 들끓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돈을 쏟아 붓는 각국의 재정ㆍ통화정책 공조 덕분에 회복세에 접어드는 것 같지만, 위기의 원인인 금융부실과 과잉설비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아 '입구정책'이 한계를 드러내는 순간 더 큰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는 주장을 둘러싼 논쟁이다.
한국은 당초 미국에서 제기된 이 논란에서 자유로운 듯 했다. 신속하고 강력한 위기처방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침체에서 벗어난 국가로 꼽혔고, 그 결과 내년엔 3~4%의 성장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 경제특보인 강만수 국가경쟁력위원장이 최근 공식석상에서 돌연 더블 딥 우려와 함께 2011년까지 세계경제의 불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같은 시점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국가경쟁력위원장을 지낸 사공일 무역협회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등이 잇달아 그 가능성을 부인하거나 희박하다며 발언의 파장을 차단했지만, 시장은 크게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어느 장단에 맞춰 투자와 소비계획을 짜야 할지 혼돈에 빠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더블딥이 온다, 안 온다고 논쟁하는 것은 우습다. 금융부실과 자산버블 등 금융위기를 초래한 씨앗과 각국의 정책여력에 초점을 맞추면 위기의 재발 가능성은 상존한다. 우리의 경우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이 거의 이뤄지지 못한 점도 있다. 전반적 경기흐름과 대응능력 측면에서 보면 바닥은 확인됐다는 의견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요컨대 더블딥은 전망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효율적 관리와 기업의 적절한 대응, 가계의 합리적 대비에 달린 것이다. 섣불리 낙관하거나 비관할 일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가 나아지고 있지만 1~2년 내 일자리 문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것은 정치구호일 뿐"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강 위원장의 속뜻이 뭔지 모르겠으나 모두가 긴장 속에 위기를 관리해나가는 시기에 국외자처럼 딴소리를 한 것은 결코 사려 깊은 언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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