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역사상 가장 큰 구조조정이 될 것이다. 아예 없어지는 학과도 있을 것이다."(한상준 중앙대 교무처장) "핵폭탄급이어서 매맞을 각오를 하고 있다"(김창수 중앙대 기획본부장)
중앙대가 올해 들어 대학 개혁의 하나로 추진해온 학과 구조조정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대학시스템도 시장 논리에 따라 기업식으로 운영하겠다"는 박용성 이사장의 방침대로, 일부 학과는 과감히 통폐합하고 경영대, 의대, 공대 등 실용학문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경영대 교수진을 2018년 400명선까지 단계적으로 늘리고 경영대 신입생 수도 최대 1,200명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안은 사실상 인문계 분야는 경영대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대학이 전체 모집 정원을 마음대로 늘릴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사회대(439명), 문과대(575명), 정경대(185)명, 생활과학대(156명) 등 다른 단과대 소속의 학과가 대폭 줄어들거나 폐지될 수밖에 없다.
중앙대는 또 안성캠퍼스와 서울캠퍼스에 각각 공과대학ㆍ산업과학대학ㆍ생활과학대학 등으로 흩어져 있는 이공계 학과도 통폐합해서 하남캠퍼스에 배치해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구조조정안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박 이사장의 평소 의지를 감안하면 미세 조정을 거쳐 사실상 학교 최종안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구조조정안 마련에 참여한 중앙대 고위 관계자는 "이사장과 총장에게도 보고됐는데, 최종안에 거의 근접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박 이사장은 지난해 6월 이사장 취임 후 '선택과 집중' 원칙을 내세우며 실용학문 위주로 새 판을 짜겠다는 포부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우리는 완전 '폐업'하고 새로 '개업'하는 방식으로 할 것이다" 등 파격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박범훈 총장도 올해 6월 "백화점식 학과를 대폭 손질해 대학 구성의 새 판을 짜겠다"며 대대적인 학과 수술을 예고했다.
이는 중앙대가 그간 도입해온 기업 경영식 대학 개혁의 연장선이지만, 종합대학의 위상 자체를 바꾼다는 점에서 사회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그 동안 대학사회가 빠르게 변하는 사회 현실을 수용하지 못해 갈수록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상황에서 중앙대의 파격적 시도가 각 대학의 구조조정 움직임에 불을 불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구조조정이 실제 단행되기까지 거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누리 중앙대 독문과 교수는 "이 안이 확정된다면 중앙대만이 아니라 대학 전체가 걸린 문제가 된다"며 "자본 권력이 대학을 멋대로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히는 등 당장 학내 교수들과 학생들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된다.
기초학문이 당장 실용성은 떨어지더라도 이를 도외시할 경우 국가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소속 최영찬 서울대 교수는 "대학을 결국 학원처럼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기초학문이 도태될 경우 대학 교육의 창의력도 마르게 돼 결국은 국가 경쟁력 자체가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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