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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창경궁 동무' 역사의 운명이 갈라놓은 두 친구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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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창경궁 동무' 역사의 운명이 갈라놓은 두 친구의 삶

입력
2009.10.1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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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유안 지음, 생각과느낌 발행ㆍ200쪽ㆍ9,000원)

조선 정조의 즉위를 막으려 모함을 일삼다 정조가 왕이 된 후 함경도 경원으로 유배되고 곧 사약을 받은 인물.

'영조실록'은 정후겸을 표독하고 모진 인물로 묘사했고,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홍씨가 쓴 '한중록'에는 '어려서부터 기괴하고 망측한 독물'이라고 언급됐다.

하지만 기록이 전부는 아닐 터. <창경궁 동무> 의 저자 배유안씨는 역적으로 기억되는 그를 인간 정후겸으로 재조명한다.

소설은 주인공 정후겸이 정조와 화완옹주 등을 관찰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그는 자신의 내면을 가감없이 드러냄으로써, 욕망과 질투에 눈이 멀어버린 나약한 인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줄거리는 정사와 동일하다. 몰락한 양반가에서 태어난 정후겸은 먼 친척 화완옹주의 양자로 들어가 창경궁까지 입성한다. 그곳에서 세손이었던 정조 이산을 만나 우정을 쌓는 한편, 시기심도 키워간다.

노론, 소론의 갈등으로 세자의 즉위가 불투명해지자 그는 이산을 모함한다. 그러나 정조의 즉위로 모든 야심은 완전히 무너진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가 창경궁에서 막대기 부딪치며 놀던 동무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이라고 회한의 말을 뱉는다.

책은 우정, 선의 중요성 같은 뻔한 교훈 대신 인간 본성을 성찰케 한다. 세상에는 완전한 악인도 선인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는 문장 덕에 어린이들이 쉽게 역사를 익힐 수 있는 책이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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