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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오바마와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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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오바마와 존슨

입력
2009.10.1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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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과거 자신을 겨냥했던 우파 진영의 음모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집중되고 있다며 보수세력의 '음모론'을 거론했다. 그는 "우파들이 오바마 대통령이 실패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며 "과거보다 약해졌지만, 이들은 적의에 가득 차 있다"고 한 언론과의 회견에서 말했다. 1998년 클린턴 정권 2기 때 부인 힐러리는 당시 미 전역을 휩쓸던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을 "내 남편인 미 대통령을 파멸시키기 위한 '광범위한 우익의 음모"라고 말했다. 보수파의 강한 반발을 부른 힐러리의 발언은 정가에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실체를 규명하지 못한 채 기억에서 사라졌다.

다시 등장한 '우파 음모론'

11년의 시차를 두고 클린턴가(家)에서 다시 나온 '우파의 음모'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보수파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민주당 정권의 역공작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최근 공화당의 '반기'를 생각하면 클린턴이 주장하는 음모라는 말이 전혀 뜬금없이 들리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오바마가 최대 국정현안으로 추진중인 건강보험 개혁이다. 미 국민의 70% 가까이가 지지하는 건보개혁은 공화당의 강력한 반발에 막혀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상원과 하원이 상임위 법안 통합작업을 하고 있으나 본회의 심의와 표결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워싱턴의 보건 관계자는 "공화당의 반대는 법안의 내용에 관한 것이 아니라, 오바마가 이를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한다는 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화당은 오바마 정권을 실패하기 만들기 위해서는 건보개혁을 좌초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런 정치공세는 모두 내년의 중간선거의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 국민의 공익과 관련된 중대 현안이 정적을 거꾸러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얘기이다.

미 정치에서 '금기'처럼 돼 있는 '대통령 암살'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뉴욕타임스의 대표적인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미 극우파들이 이스라엘의 이츠라크 라빈 전 총리 암살 직전과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기고를 해 음모론에 기름을 부었다. 그의 기고는 인터넷에 오바마 암살에 대한 얘기가 여론조사라는 명분으로 여과 없이 거론되는 등 정치분위기가 극단적인 이념대결로 치닫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말대로 '사회주의자' '나치'라는 표현이 거리에 등장하고, 대통령에 대한 야당 의원의 비난이 서슴없이 터져 나오는 등 정치환경은 점점 험악해지고 있다.

존슨의 '현실정치'에 답이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극단적 정쟁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존 F 케네디와 린든 존슨 대통령의 예를 되새겨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케네디 대통령은 3년도 안되는 짧은 재임 기간 중 인권과 안보에서 많은 일을 벌였지만, 이를 현실화한 대통령은 존슨이었다. 케네디 대통령의 젊음과 열정을 기억하고 있는 미 국민은 오바마 대통령을 '검은 케네디'라고 치켜세우며 그의 이룰 역사를 기대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오바마에게 필요한 것은 비명에 간 케네디의 '꿈과 이상'이 아니라 존슨의 '정치와 현실'이 아닐까 한다. 케네디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수십년의 의정경험을 앞세워 때로는 협박으로, 때로는 설득으로 반대파를 내편으로 끌어들인 존슨의 '현실정치'에 오바마가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답이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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