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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준의 미디어 비평] 국민을 보듬어 주는 방송, MBC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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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준의 미디어 비평] 국민을 보듬어 주는 방송, MBC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입력
2009.10.1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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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하루 종일 봐도 우리가 보는 것은 삭막한 '거대한 황무지'뿐"이라고 비유한 1961년 당시 미국방송통신위원회(FCC) 의장이었던 뉴트 미노우의 연설은 아마 텔레비전에 대해 가장 잘 알려진 비판일 것이다. 미노우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공익적 프로그램의 편성강화 정책을 추진했다.

우리는 종종 정책 입안자들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한다.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대로 정책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방송 탈규제 정책을 펼쳤던 레이건 대통령 때 FCC 의장이었던 마크 파울러는 '텔레비전 수상기는 모니터가 장착된 가전제품 토스터'라고 비유했다.

따라서 이러한 보편적 가전제품의 유통은 시장기능에 맡기는 것이 더 낫고 정부는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클린턴 행정부 시대 FCC 의장인 리드 헌트는 "'이 토스터에서 구어 내는 것이 빵이 아니고 이 나라의 미래'라면 어떻게 하겠냐"고 반문하면서 강력한 규제정책을 펼쳤다.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의 발언 하나 하나도 그것이 앞으로 전개될 구체적 정책 사안에 대한 단서가 되기 때문에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사견임을 전제로 했지만 최 위원장은 종합편성채널 3개, 보도채널 3개, KBS를 제외한 지상파 채널 3개 정도의 경쟁체제는 우리나라 방송시장에서 충분히 받아들일만한 여력이 있다고 했다. 이러한 발언은 현재 종합편성 채널사업을 준비하는 당사자들이나 앞으로 지상파 시장 진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모종의 강력한 암시가 될 것이다.

방통위원장의 언급 중 실제 의미가 무엇이냐를 가지고 가장 큰 논란이 되었던 것은 'MBC의 정명은 무엇인지를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는 작년 방송문화진흥회 20주년 기념식에서 한 발언이다. '자기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그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뜻의 MBC 정명 찾기를 MBC의 주인격인 방송문화진흥회 창립 기념일에서 주장했다.

막강한 힘을 가진 방통위원장의 말이기에 MBC를 당장 손본다는 등 당시 시끄러웠다. 그 후 MBC와 관련된 발언에서 수 차례에 걸쳐 정명 찾기를 다시 언급했고 우리나라 방송정책의 최고 담당자가 한 말이니 MBC는 아마 곧 정명을 찾게 될 것 같다.

그렇다면 MBC의 정명은 무엇인가. 위원장에 의하면 MBC는 공영방송도 될 수 있고, 상업방송도 되며 또 때에 따라서는 노영방송의 특성도 나타내는 한 마디로 '박쥐'방송이다. 정명 찾기 운동에 대한 비판론자들은 역사가 언제 드러누운 적도 없는데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을 펼친 전직 대통령의 예를 들며, MBC가 언제 명찰을 잃어 버렸냐고 비아냥댄다.

MBC의 소유구조나 경영체제가 조금 과장해서 전 세계, 아니 전 우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독특한 존재라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수긍한다. 이미 정명 찾기를 규제 위원회 수장이 수 차례 언급했으니 그것이 무엇이든 곧 무슨 조치가 내려질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논리로 급하게 정명을 추구했다가는 올바른 이름이 아니라 '잘못된 이름'을 MBC에게 부쳐주는 꼴이 될 것이고, 그것은 앞으로 방통위원장의 '오명'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아마도 MBC의 진정한 정명은 무한도전 프로그램의 끝말잇기 코너를 숨어서 목소리만으로 진행했던 '마봉춘' 아나운서일 것 같다. 마(M)봉(B)춘(C) 아나운서는 이름은 투박하고 촌스러워도 결국 국민 MC인 유재석을 품에 안았다. 다시 말해 국민을 품에 안고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방송이 M(마)B(봉)C(춘)의 정명인 것이다. 마봉춘 아나운서의 실명은 전혀 촌스럽지도 투박하지도 않은 나경은이다.

강남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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