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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인터뷰 - 한복디자이너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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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인터뷰 - 한복디자이너 김영석

입력
2009.10.1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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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년 역사를 가진 민족인데 치마 저고리만 입었다는 건 지나친 단순화죠."

한복디자이너 김영석씨가 '오방색_천지만물의 조화'라는 주제로 16일 한복 패션쇼를 연다. 1999년 외환 위기 직후 서울 삼청동 입구 작은 한옥 별채를 빌려 '전통 한복'이라는 문패를 단 지 이달로 꼭 10년. 서양인의 얼굴을 한 마네킹에 한복을 입혀 전시하는 것이 일상적이던 시절, 사각의 디스플레이 공간 안에 나무 들보를 공중에 매달고 자주 고름의 흰 저고리 한 장을 툭 걸쳐 두는 담백한 미감으로 재벌가 사모님들을 매료시켰던 인물답게 쇼의 주제 의식이 꽤 묵직하다.

"한복계의 전설로 통하는 고 허영 선생이 살아계셨다면, 그래서 제가 뭘 해야 할지 여쭈었다면 이렇게 답하셨을 거예요. '진화해야지.'그간 한복은 조선시대 치마 저고리에만 갇혀 있었어요. 한복의 외연을 더 넓히고 풍성하게 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행사는 한복 유산의 풍성한 맥을 찾아 떠나는 첫 여행이다. 장소부터 남다르다. 패션쇼가 열리는 '서울 가회동 178 한옥'은 근대 한옥의 전형을 보여 주는 건축물로 77년 서울시문화재로 지정됐으며 현재는 연강문화재단 소유다. 구한말 대표적 친일 기업인 한상룡의 소유였던 이 건물은 산업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뒤 폐허로 버려져 있었으나 몇 년 전 연강문화재단이 사들여 대대적 보수 작업 끝에 전통 문화를 알리는 문화 이벤트홀로 거듭났다. 이번 쇼가 개장 첫 행사.

"옷은 당대의 삶을 담는 거울입니다. 구한말에도 한복을 입었지만 당대에 맞게 변형되고 진화한 상태였어요. 서구 문물이 쏟아져 들어온 근대도 우리 역사의 일부고, 그렇다면 당시의 한복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어떻게 현대적으로 계승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근대 한복의 진화를 보여 주기 위해 다양한 문헌과 유물을 섭렵하면서 김씨는 한복 유산의 풍성함에 매료됐다고 한다. 쇼에는 치마 저고리의 색을 달리 하는 전통 배색법 대신, 본격적 근대 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20년대부터 60년대까지 인기를 모았던 동색 계열의 한복 차림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업들이 선보인다.

머리도 전통 쪽머리나 댕기머리 대신, 양쪽으로 땋은 머리를 각각 둥글게 말아 올려 앙증맞게 표현하는 새앙머리, 고데기를 사용해 앞머리에 컬을 넣은 신여성들의 머리, 정수리 부위에 머리를 틀어 올린 이화여전 학생 스타일(풀머리) 등이 다양하게 선보인다.

김씨는 "'선덕여왕' 같은 역사 드라마에 등장하는 의복이 우리 옷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이는 것을 보면 좀 답답증이 입니다. 중요한 건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라 너무 간소화한 한복 문화에 옷가지와 장식부터 입는 법에 이르기까지 보다 풍성한 구조를 부여하는 노력일 겁니다"고 말했다. 조선에 갇혀 있던 한복을 삼국시대나 상고시대까지 확장하고 상상력을 동원하는 것은 한복 문화가 풍성해지는 과정 중 하나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

김씨는 "개인적으로도 앞으로는 시대를 뛰어넘어 다양한 한복 패션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훈민정음을 이용한 한복 원단을 개발 중이고 내년에는 상고시대 한복의 원류를 찾는 작업에 나선다.

김씨는 24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2009 코리안 페스티벌'에도 참가한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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