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공개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 내용은 7월 협상 타결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양허 분야와 비중 등이 소수점 아래까지 구체화되고, 논란이 됐던 쟁점들이 말끔히정리됐다. EU가 세계 제1의 경제권역으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경제적 효과는 한ㆍ미 FTA에 버금갈 것으로 보인다.
어떤 내용인가
당초 알려진 대로 EU 측은 공산품 전 품목에 대해 5년 내 관세를 철폐키로 하고, 이중 품목 수 기준 99%는 3년 내에 철폐한다. 우리나라는 3년 내 관세철폐 품목을 96%로 하고 일부 민감품목은 관세철폐 기간을 7년으로 설정해 전반적으로 우리가 EU보다 늦게 관세를 없애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자동차부품, 냉장고 등에 대해서는 양측이 관세를 즉시 없애기로 했고 1,500cc 초과 승용차는 3년 안에, 1,500cc 이하 승용차와 하이브리드카는 5년 안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이 밖에 우리는 컬러TV, 선박, 타이어 등을, EU 측은 에어컨, 라디오, 진공청소기 등의 관세를 즉각 없애기로 했다.
쌀의 경우 양허 대상에서 제외됐고, 감귤, 고추, 마늘, 양파, 인삼 등은 현행관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수입 비중이 높은 포도주의 경우 한ㆍ미 FTA처럼 즉시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한ㆍ미 FTA에 버금가는 효과
EU는 회원 27개국의 인구 5억명, 국내총생산(GDP) 17조달러에 이르는 세계 제1의 경제권.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3%나 되는 만큼 한ㆍ미 FTA 못지않은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관세철폐 및 인하로 인한 수출확대, 외국인 투자증대는 물론, 선진 경제권과의 FTA 체결로 경제시스템을 선진화하는 등 거시경제 효과가 기대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의 경우 자동차가 가장 큰 혜택을 보고, 다음으로 전기ㆍ전자, 섬유, 기계, 석유화학 순으로 수출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수입의 경우 기계, 정밀화학 분야에서 일본, 미국의 수입을 대체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전기ㆍ전자, 기계, 정밀화학, 자동차, 섬유 순으로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농업분야에서는 한ㆍ미 FTA보다 영향이 적고, 그 영향도 낙농품, 닭고기 등 축산분야에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또 서비스업 중 방송 분야는 EU 현지업체와 합작을 통한 방송시장 및 유통망 진출, 유럽 공동제작사의 투자유치를 통한 제작비 조달 등으로 제작편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남은 절차는
가서명 된 영문 협정문은 한국어와 EU 회원 27개국의 22개 언어로 번역된다. 정식서명은 내년 초에 가능할 전망. 정식서명 전 우리나라는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대통령 재가를 받고, EU는 EU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어 비준 절차가 개시된다. 우리나라는 정식서명 후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일부에서 한ㆍEU FTA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비준시기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정부가 협정 발효 목표 시점을 '내년 중'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U의 경우는 EU 의회의 동의를 받으면 된다.
양측이 이 절차를 완료하고 서로 필요한 국내 절차를 완료했다는 통보를 하면 통보한 날로부터 60일 이내 또는 양측이 합의한 날에 협정이 공식 발효된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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