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회생방안을 둘러싼 GM과 산업은행간의 평행선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프리츠 헨더슨 GM본사 회장방한을 계기로 양측 사이에 타협의 실마리가 찾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국 양측은 한걸음도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지금 상태라면 GM대우 문제가 장기 공전될 것이란 우려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채권단 강경태세
산업은행이 15일 헨더슨 회장의 기자회견 직후, 기존 대출회수와 증자불참 방침을 밝힌 것은 GM측과의 장기전에 대비, 기선제압에 나선 측면이 크다. GM대우의 회생을 위해 앞으로 GM과 대화는 계속 하겠지만, 행여 산은이 한발 물러섰다거나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리라는 인상을 주기 않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이날 "GM 본사가 GM대우의 미래를 확신하게 만드는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16일 대출만기분 회수는 물론 21일 증자 청약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를 확신하게 만드는 방안'은 ▦유상증자 규모확대 ▦GM대우 개발차량에 대한 라이센스보장 ▦산은의 경영참여 등 산은이 요구한 전제조건 수용을 뜻한다. 다시 말해 현재 GM의 태도 수준에서는 타협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16일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은 1,258억원. GM대우에 대한 산은의 총 대출액(약 1조5,000억원)과비교하면 10%에도 못 미치는 규모지만 실제 대출 회수가 이뤄지면 GM측에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은행단 가운데 산은의 대출비중이 68%로 절대적이어서 산은이 강경입장을 고수할 경우, GM대우의 자금 사정에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2대 주주인 산은의 증자 참여 역시 증자를 통해 회생의 전기를 마련하려는 GM의 계획에는 필수적이다.
협상 장기화
GM대우문제는 이제 단기간내 타결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애초부터 GM 회장의 방한 기간에 극적인 타결은 기대하지 않았으며 협상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상이 해를 넘길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시기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해 상당한 장기전이 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올초 GM대우가 급박한 유동성 위기에 몰렸을 때와는 사뭇 다른 최근 상황까지 감안한 전략인 셈이다. 그 동안 자동차 판매 증가와 환율 하락 등으로 GM대우의 자금사정이 나아진 만큼, GM 역시 쉽사리 항복할 것 같지 않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상황은 GM대우를 법정관리로 몰고 가는(사실상 국유화) 시나리오. 산은측은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경우 통상적인 기업-채권은행 관계를 넘어 한미관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성사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만큼 GM대우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쉽게 결론 나기 어려워 보인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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