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한 빌딩의 창가에서 창 밖을 내다보지 않았더라면, 거기 빌딩들에 사방이 막힌 채 옹기종기 모여 선 한옥마을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을는지도 모른다. 수십 년의 시간을 건너뛴 듯 야릇해졌다. 세월이 내려앉은 거무스레한 기와 지붕들과 ㅁ자 구조의 한옥이 만들어낸 작은 마당, 미로처럼 연결된 골목길. 여행 중에 비경을 만나기라도 한듯 입이 벌어졌다.
익선동 한옥촌은 우리나라 최초로 집장사가 만들어 판 집이다. 1920년대 건축업자인 정세권씨는 조선인에게는 조선식 집을 지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차리고 집장사를 시작했다. 이를 필두로 다른 사업가들이 가세하면서 지금의 가회동과 삼청동, 계동 등의 한옥촌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곳에도 개발의 바람이 분 지 오래이다. 보존을 해야 한다는 측과 개발을 해야 한다는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옥이 살기에 불편하다면 외형은 간수한 채 편리하게 내부를 개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외국에서도 그렇게 하는 곳이 많다고 들었다. 이리저리 얽힌 골목을 순례하는 코스가 개발되고 곳곳에 찻집과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소박한 공간들이 생긴다면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즐겨찾는 명소가 될 것이다.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해도 될 텐데. 익선동, 그 골목에서는 유난히 점집들이 눈에 띈다. 마치 그곳의 불안한 운명을 보는 듯하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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