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본격적 대화 무드로 급전환하고 있는 것과 관련 그간 남북 양측의 입장 조율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로 외면하던 남북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동시에 대화 테이블에 앉는 것은 모종의 물밑접촉이 꾸준히 진행돼 왔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와 청와대는 "물밑접촉은 없었다"고 선을 긋고 있다. 공식 창구를 통해 공개적으로 대화하고 있으므로 비밀리에 북측과 교신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남과 북은 공식적으로 만나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실무진끼리 따로 만나 사전에 입장을 조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측이 이날 회담에서 임진강 황강댐 무단 방류사태에 대해 우리측 요구대로 유감 표명을 한 점 등을 보면 회담 재개 전에 어떤 식으로라도 양측이 입을 맞췄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남측에서는 누가 파트너로 나섰을까. 일각에서는 정부의 국장급 인사가 중국에서 북측 고위급 인사와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자리에서 남측은 임진강 수해방지를 위한 남북 당국간 실무접촉과 이산가족 상봉 상시화 등 인도적 문제를 논의할 적십자회담 실무접촉을 제의했고 북한이 이에 호응함으로써 남북 당국자 간 대화가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정치권 인사 역할론도 거론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은 8월 중국을 방문해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을 만나 환담했다.
여기서 이 의원은 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이 대통령의 뜻을 다이 위원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후 다이 위원이 북한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이 대통령의 뜻이 중국을 거쳐 북한에 전달됐다는 가설이다.
이 의원의 중국 방문을 전후해 여당의 친이계 의원이나 L목사 등이 남북 사이의 채널 역할을 했다는 얘기들도 있다.
또 과거 정권에서도 종종 그랬던 것처럼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중국 등에서 북한측 인사와 만나 물밑 대화를 했을 것이라는 설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물밑 대화를 공식 부인하기 때문에 누가 메신저로 나섰는지는 파악하기 힘들다. 다만 최근 남북적십자회담과 개성공단 실무회담 등 공식 회의를 가질 때 양측이 비공식 접촉을 갖고 당국간 대화 가능성을 타진했을 가능성은 적지 않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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