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희생자가 아니라 승리자입니다"
여덟살 때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 한 여성의 용기로 19년 만에 성폭행범이 붙잡혔다. 지난달 TV에 직접 출연해 어린 시절 겪었던 치 떨리는 악몽을 전했던 제니퍼 슈에트(27)는 13일 마침내 범인이 검거됐다는 소식에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은 대단한 날"이라며 울먹거렸다.
슈에트는 이날 CNN에서 "나는 그 짓을 한 범인을 찾기 위해 항상 그 때 일어난 모든 일을 기억하려 애썼고 기억하고 있다"며 "내가 그 일을 기억 저편으로 몰아냈다면 수사가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지난 9월 슈에트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한 방송을 내보냈다. 모자이크 처리를 거부하고 스스로 대중 앞에 선 슈에트는 자신의 피해사례를 말했고 범인을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내 사건을 통해 성폭력 범죄의 희생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악몽과 범인에 대항해) 맞서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그는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후 연방수사국(FBI) 텍사스 휴스턴 지부가 수사에 나섰고, 지난 1990년 당시 슈에트를 납치ㆍ성폭행하고 살해하려 한 데니스 얼 브래드퍼드(40)를 아칸소주 리틀록에서 이날 체포했다.
슈에트는 그 당시 여름 텍사스 자신의 집 침실 창문을 통해 침입한 범인에게 성폭행 당한 후 칼에 찔려 실신한 채로 12시간 만에 발견됐다. 범인은 잠에서 깬 슈에트에게 자신을 비밀 경찰이라고 속여 밖으로 유인, 슈에트가 다니던 학교 옆 풀숲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슈에트는 범인이 휘두른 칼에 후두를 다쳐 다시는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란 판정까지 받았었다.
19년 전 용의자의 DNA를 추출했지만 기술적 한계로 검거에 실패한 당국은 이번에 보다 첨단화된 분석장비로 DNA 샘플을 재분석, 브래드퍼드를 찾아냈다. 1997년 또 다른 유괴 혐의로 수집된 그의 DNA샘플이 FBI 데이터베이스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사건을 담당한 FBI특별수사관 리처드 레니슨은 "슈에트 정도의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겪고도 생존해 있는 피해자를 본 적이 없다"며 "19년이나 된 미제사건을 재수사하게 된 것도 그녀가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그의 강한 의지를 칭찬했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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