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회 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정부의 감세(減稅) 정책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졌다. 야당 측에서는 감세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된 '부자 감세'라고 날을 세운 반면, 여당은 '감세 효과는 큰 틀에서 봐야 하고, 야당의 주장은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고 맞받았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뤄진 대규모 감세조치로 올 상반기 가구당 평균 1만9,000원의 감세 혜택이 돌아간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정밀하게 분석하면 감세 혜택의 88.3%는 소득 상위 20% 이상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부자감세가 틀림없다는 것이다.
민노당 이정희 의원도 "과세표준(과표) '8,800만원 이하' 계층의 1인당 감세액은 121만원인 반면, 근로소득세 최고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8,800만원 초과' 계층의 감세액은 1인당 4,043만원으로 서민ㆍ중산층의 33배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1인당 감세액 계산에는 근소세는 물론이고, 양도소득세와 종부세 등 개인 단위로 부과된 모든 국세가 포함됐다"며 "감세정책이 조세에 의한 소득재분배 기능을 상실한 만큼 내년으로 예정된 감세 계획도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의 공세에 대해,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감세 기조에 대한 정부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못 박았다. 감세가 투자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세수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존 논리도 되풀이 했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도 "부자감세 논쟁은 경제현상을 이분법적으로 보면서 생기는 오해"라며 정부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민주당 강성종 의원은 에너지 다소비 가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 5% 부과, 전세보증금 과세 등을 거론하며 "부자감세에 따른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해 등장한 것들인데 이게 부자감세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같은 당 김효석 의원도 "금융위기 이후 영국 미국 등은 소득세 상한을 높여 증세(增稅)를 하고 있는 추세"라며 정부의 소득세율 추가 인하 방침은 국제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가 금융위기 이후 국제공조의 내용"이라며 "세율을 올린 나라도, 내린 나라도 있지만 세율을 낮추는 것이 추세"라고 반박했다.
이밖에도 조세연구원장을 지내기도 한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은 "법인세 인하가 부자감세라는 주장은 정치구호"라며 "정책 일관성을 위해 감세는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같은 당 진수희 의원역시 "감세정책은 장기적으로 성장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원안대로 추진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한나라당 의원도 감세정책과 관련, 이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소득세의 경우 감세보다는 각종 비과세 감면 축소를 통해 실효세율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법인세 인하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대규모 세수결손에 따른 국가채무 증가 가능성에는 우려의 입장을 표시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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