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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노사문화 어디로/ <중>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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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노사문화 어디로/ <중>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입력
2009.10.14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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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늘어나는 노조 전임자로 인해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이 금지돼야 투쟁 일변도였던 우리나라 노사문화가 바뀔 수 있다."(A사 노무 관계자)

#"13년간이나 사문화됐던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시행하겠다는 건 노동조합을 말살하겠다는 계략이다.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모 산별노조 집행부 간부)

내년 시행되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금지 조항을 놓고 노ㆍ사ㆍ정이 한치의 양보 없이 돌진하고 있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 취임 이후 원칙대로 처리 입장을 강화하고 있는 정부와 "정부에 배신 당했다"며 강력투쟁을 선언한 노동계, 절충 없는 전면 금지를 요구하는 경영계 모두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감 속에 결사항전 할 태세다.

기업 "전임자 임금 금지가 복수노조 선결조건"

전임자 임금 문제에 대한 기업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매년 단협 때마다 제기되는 노조의 과도한전임자 추가 요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임금지급 금지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

특히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이 금지되지 않은 채 복수 노조가 허용될 경우 노사관계 선진화는커녕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게 경영계의 시각이다.

올 8월 노동부가 실시한 전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1997년 노조법 개정으로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가 명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전임자수는 매년 늘어났다. 전임자 1명당 평균 조합원 수가 93년에는 183.4명이었지만, 2005년 154.5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2008년에는 149.2명으로 감소했다.

일본은 전임자 한 명이 조합원 600명을, 미국은 800~1,000명, 유럽은 1,500명을 담당하는 데 비해 한국에는 전임자가 터무니없이 많다는 게 재계의 오래된 불만이다.

게다가 상당수의 노조가 단체협상과정에서 사측과의 음성적인 거래를 통해 전임자를 늘려 단협상 전임자 수보다 실제 전임자가 훨씬 많은 게 현실이다.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1,000인 이상 조합원 규모의 사업장은 단협상 사업장 1곳당 평균 19.1명의 전임자를 두고 있으나, 실제로 전임자로 활동하는 노조원은 평균 24.6명이나 됐다.

한 대기업의 노무관계자는 "협상안은 임금인상인데 막판에 이르면 노조 측에서 슬쩍 전임자 수를 늘려달라고 요구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전임자 수를 많이 확보할수록 조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노조 때문에 전임자 문제가 심각한 노사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전임자로 인한 기업의 임금지급 부담도 상당하다. 노동부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우리나라 노조의 전체 전임자수는 1만583명으로, 이들에게 총 4,288억원의 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7만여명의 조합원을 거느리며 금속노조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현대차의 경우, 노조내부 전임자가 82명,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파견이 16명, 임시 상근자가 119명이다.

사측은 이들에게 잔업과 특근 수당 등을 포함해 직원 평균 연봉인 6,600만원(월 550만원)을 지급하고 있으며, 여기에 연간 137억원이 소요된다. 기아차도 144명의 전임자에게 연간 87억원을 지출하고 있다.

기업들은 전임자에게 임금 외에 각종 특혜도 제공할 수밖에 없다며 불만이 많다. 현대차는 노조 지부장에게 2,700㏄급 그랜저TG를, 지회장에게는 쏘나타를 제공하며, 월 300~600L의 유류도 지급하고 있다. 다른 대기업과 공사 노조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업계 노무 관계자는 "전임자가 되면 신분 상승이 이뤄진 것으로 생각하는 게 지금까지의 관행"이라며 "이 같은 특권 때문에 노사관계가 더욱 투쟁적이 되는 측면이 있는 만큼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서는 임금지급 금지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 "노조 무력화하려는 악법"

노동계는 전체 노조의 88%가 조합원 수 30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인 현실을 감안할 때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는 노조의 세력을 위축시키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대기업 노조 위주의 민주노총에 비해 영세사업장 노조가 다수 가맹돼 있는 한국노총의 사정이 절박하다.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조합원 300인 미만의 노조가 조합비로 충당할 수 있는 전임자수는 1명에 불과하며, 100인 미만은 0.5명으로 단 한 명의 전임자도 둘 수 없는 형편이다.

전임자 임금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가 노동운동을 억압하기 위해 기업별노조를 강제하는 과정에서 반대급부로 지급하기 시작한 게 장기간 계속되면서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 노조의 조직형태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문제인데, 이제 와서 노사자율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법으로 금지하려 한다는 게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다.

한국노총 관계자?"노조 전임자는 휴직자와 비슷한 지위에 있으므로 무노동무임금의 원칙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면서 "병가, 휴직 등에 대해서는 임금을 지급하면서 전임자에 대해 생뚱 맞게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들이대는 것은 노조를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심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 외면 당하는 정부 절충안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문제와 관련, 노사정위원회 소속 공익위원들이 지난 7월 대안을 내놨다. 바로 타임오프(time-off)제다. 노조전임자의 노조업무 활동시간(근로자의 고충처리, 단체교섭 시간 등)을 규정하고 이 시간의 활동을 유급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노사 양측이 너무나 상반된 입장을 보이자 정부가 내놓은 절충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타임오프제는 재계와 노동계 모두에게 외면받고 있다.

기업들은 타임오프제는 사실상 전임자 급여를 사실상 공식화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름만 달랐지 결국 노조 전임제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세부적인 활동 사항을 법으로 규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상과 범위를 놓고 결국 노사간 분쟁의 씨앗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타임오프제를 받아들이면 결국 노조에서는 과거 있었던 전임자와 같은 요구를 할 것이 뻔하다"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도 반대다. 원칙적으로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은 법으로 강제할 사항이 아니라 노사 자율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다. 노동계도 타임오프제가 실시될 경우, 범위와 대상을 놓고 오히려 노사 갈등이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철수 교수(서울 법대) 등 일부 학자들도 타임오프제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법률상 노사관계업무를 담당하는 종업원대표에게 타임오프를 보장하는 것과 노사관계 활동 전임자를 둘지 여부는 별개 문제라는 논리다.

그러나 노사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타임오프제를 현실성 있게 제도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절충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프랑스 경우처럼 타임오프제 허용시간과 인원에 상한선을 법규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타임오프제 수용 여부는 정부가 얼마나 현실성 있는 세부안을 마련하고 노사를 설득하느냐에 달려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 해외 사례는… 英·佛일정 활동시간만 유급 보장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에 대한 국제적 기준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근로자대표 협약' 및 '근로자대표 권고'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근로자대표가 그 직무를 신속하고도 능률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업으로부터 적절한 편의가 제공"돼야 하지만, "편의제공이 당해 기업의 능률적인 운영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게 ILO의 규정이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 국가들은 노조에 대한 사측의 재정지원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법령과 단체협약을 통해 일부 필수적인 노조활동에 대해서는 유급 처리하고 있다.

미국은 사용자가 노조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개별 사업장이 단체협약으로 정한 일부 조합활동은 유급으로 인정한다. 단체교섭 준비 및 교섭 시간이 가장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며, 근로자 고충처리, 중재, 산업안전 관련 업무는 회사측이 담당해야 할 공동업무의 성격을 가지므로 급여를 지급한다. 유급 풀타임 전임자는 1930년대를 정점으로 점점 그 관행이 사라지고 있으나, 자동차, 기계, 철강업종에는 아직도 일부 존재한다.

영국은 사용자로부터 교섭당사자로 인정받은 노조의 직장대표에 대해 노조활동에 필요한 시간을 유급으로 보장하고 있다. 프랑스는 기업의 근로자수에 따라 노조 대표 수를 법정화해 이들에게 월 10~20시간의 활동을 유급으로 보장하고 있고, 이탈리아도 근로자 규모에 따라 노조 대표 수 및 연간 노조활동 시간을 법으로 규정, 이에 대해서는 사측이 임금을 부담토록 했다.

반면 산별노조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독일은 기업별 노조가 많은 우리나라와 달리 특정 사용자 소속으로 노조 전임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급여 문제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노조 전임자 대부분이 노조에 의해 고용되거나 임명되는 형식이라 이들에 대한 급여도 노조 재정에서 지급된다. 캐나다 역시 입법적 규제는 없으나 노조의 독립성이 높아 기업이 전임자 급여를 지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일본의 경우다. 일본은 1949년 노조법을 개정하면서 노조에 대한 경비지원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경비지원을 받는 단체는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급여는 노조에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며, 전임자는 휴직 처리된다. 그러나 일본에서 역시 근로자가 사용자와 협의ㆍ교섭하는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한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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